
내가 윤종신을 좋아하는 이유
그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내가 윤종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음악이 좋다. 개발자로 치면 제품이 좋다. 들을만한 곡이 많다. 기획자로 치면 쓸만한 서비스가 많다는 것. 다른 이유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가수 겸 작곡가로서 노래가 별로면 별 볼 일 없다.
내가 윤종신을 처음 접한건 1995년 4집에 수록된 ‘부디’라는 곡을 OCPlay에서 IMS로 만나면서 부터인데 이때 내 나이 14살로 중2병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윤종신 특유의 찌질함을 사랑했던 나는 이후로 쭉 그의 팬이 되었다.
윤종신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예능에 발을 들이더니 이제는 그를 가수가 아닌 엔터테이너로 보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왕성한 예능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등한시 한 것은 절대 아니어서 올 해 초까지 앨범을 14집까지 내고 박정현, 성시경, 아이유, 김연우 등 다양한 가수에게도 좋은 곡들을 주었다.
내가 윤종신에게 큰 충격을 받은 것은 2010년 부터 진행 중인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 알고나서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발표하는데 이 작업을 절대 혼자하지 않는다.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다른 가수와 같이 부르기도 하고 묻혀있던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해 선물하기도 한다. 프로듀서도 정지찬, 조정치, 하림 등 계속 바꾸며 실험을 멈추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발굴한 후배들과도 적극적으로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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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윤종신 앨범들. 함께 작업한 많은 뮤지션들을 볼 수 있다.
대다수의 가수들이 어디 구석에 1년 동안 처박혀 있으면서 앨범을 만들어 발표하고 이후 방송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게 기존 접근 방식이었다면 윤종신은 이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앨범 대신 싱글 위주의 활동을 하는데 그것도 한 달에 한 번씩 음악적 파트너 바꾸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다. 지금까지 그와 함께한 뮤지션들은 유희열, 하림, 조정치 등 친윤종신파 부터 시작해 윤상, 김현철, 장필순 등 레전드, 장재인, 김그림, 규현 등 젊은 후배들, 조원선, 박정현, 정인, 호란 등 개성파까지 그 스펙트럼의 다양성이 엄청나다.
난 윤종신의 이런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제품을 만들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뮤지션들과 협력, 시너지를 도모한다. 열린 가슴과 모나지 않은 성격이 없으면 절대 시도할 수 없는 일들이다. 예능을 통해 마케팅도 잘하고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예능인과 음악인이라는 두 가지 브랜드를 확고히 정립하고 있다.
요즘 개발자들이 창업이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일하는 방법을 바꿔가고 있는데, 난 여기서 우리가 윤종신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 집 구석이나 회사에 틀어박혀서 혼자 큰 일을 도모하는 건 이제 안된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1년 동안 앨범이나 서비스를 준비해 발표한다는건 로또를 사는 것과 같다.
- 마음 맞는 실력파 친구들과 가까워야 한다. 윤종신의 주위에는 기타 치는 조정치, 노래하는 하림, 마성의 유희열 등 그와 언제든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 그냥 친한게 아니라 팬티 입고 돌아다니고 술 마시고 꽐라되고 다음날 일어나 기타부터 잡는 허울없고 실력있는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과 악상을 논하고 곡을 만들고 발표한다는 것은 우리가 언제든지 서비스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이를 제품화하고 유저에게 릴리즈까지 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것과 같다. 악상을 곡으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바로 실력이다.
- 한 우물만 파서는 안된다. 가수라고 노래만 부르고 개발자라고 개발만 해서는 안되는 세상이다. 윤종신이 처음부터 예능을 했던 것은 아니다. 015B 객원보컬로 시작해 자신의 앨범을 내고, 다음에 드라마와 영화 OST 작업을 시작하고, 다음에 팥빙수와 안녕핫바 같은 실험적인 음악을 내고, 토크쇼 게스트로 나오기 시작하고, 시트콤에서 연기도 하고 지금은 라디오스타 등 유수의 예능프로그램의 MC를 보고 있다. 이런 그의 접근이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주어진 일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다르고 생소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 나가다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제 개발자도 개발만 죽어라 해서는 남이 생각한 아이디어 구현해 주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다. 세상에 먹힐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찾고 만들어내고 검증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도전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더 나가야 더 많은 실력과 기회와 운이 따른다. - 다양한 뮤지션(개발자)들과 항상 교류, 협업하고 시너지를 도모해야 한다. 많은 개발자들이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 비지니스 이야기를 회사 사람들 또는 주위 사람들하고만 나눈다. 하지만 나아가 마음의 문을 열고 좋은 개발자들과 좋은 아이디어를 바로 바로 프로토타이핑 해보는 시도가 더욱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해카톤이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빛을 발하고 있는데 너무 회사나 자신의 틀에 갖혀 있지 말고 적극 참여해 볼 필요가 있다. 윤종신은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또는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들과 함께 음악 작업하는 것을 매우 즐긴다. 새로움을 주고 받아야 지치지 않는다.
사실 윤종신이 이렇게까지 열린 음악작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그가 매력있고 좋은 곡을 쓰고 부르는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개발자도 이런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문제 또한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개발 실력과 시장을 보는 눈이 있고 남들이 이를 인정한다면 당신은 다른 뛰어난 이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 뛰어난 사람들과의 협업은 언제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해주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일단 부딪혀봐야 벽이 얼마나 강한지 감이 오듯이 말이다.
내 꿈은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데, 이런 관점에서 윤종신의 일하는 방식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보여준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가며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대중들이 사랑해 준다는 것. 내가 그를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 꿈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Mystic89 소속 뮤지션들
마지막으로, 윤종신은 전 소속사가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2010년 말 1인 기획사 Mystic89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는 신치림, 김예림, 박지윤 등이 소속되어 있다. 그는 음악인이자 예능인이며 마케터이자 기획자고 창업가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절대 먼저 규정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