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생각을 갖고 산다는건 무엇일까요.

콘텐트와 광고가 쏟아지는 인터넷 환경에서 그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산다는게 가능할까요. 누군가 나의 무의식에 주입한 자극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내 생각으로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책 ‘도둑맞은 집중력’은 빅테크 소셜미디어들이 의도적으로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개인 맞춤형 숏폼 콘텐트를 무한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명해 재작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테크 씬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낸 저 마저도 이런 문제 의식에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자녀들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무비판적으로 이런 쇼츠 콘텐트를 소비하는 모습을 발견했거든요. 알고리듬은 각 개인이 더 오래 소비할 콘텐트를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단순히 거부하겠다는 마음으로는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요.

인간 개체 한 명의 특성 중 하나는 확증편향 입니다.

인간은 맞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만 소화하고 강화합니다. 어떤 인류학자는 이런 인간 개체의 성향이 오류로 보일 만큼 잘못된 경우가 많지만 인간의 이런 성향이 모여 인류는 발전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들은 인간의 이런 성향에 기대서 무한 콘텐트 소비를 이끌어내죠.

여기서 저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보고 한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내 인생에서 무엇을 강화할지 먼저 정한다면 소셜미디어는 내가 강화하고 싶은 것을 강화해주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었습니다.

제가 강화하고 싶은 것은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삶의 원칙으로 정해놓은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입니다.

  1. 삶의 우선순위삶의 우선순위는 나 → 가족 → 주변 → … → 일 이다.나의 하루는 수면 → 운동 → 영양 → 관계 → … → 일 이다.그리하여 아침 루틴으로 나, 가족, 주변을 챙기는 2시간 정도를 보내면 남은 시간은 다 일에 집중하여 쓸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고 최고의 나로 사는게 주변과 일을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길이다.

그럼 실험을 통해 발견한 소셜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내가 주체가 되어 소셜미디어를 소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강화해나가는 제가 발견한 노하우를 적어보겠습니다.

캘리브레이션 가능한 소셜미디어를 쓰세요.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에는 Like, Dislike, Block 기능이 있습니다. Like는 많이들 쓰시죠. 어떤 콘텐트를 보았고 얼마나 시간과 스크롤을 써서 집중해 보았고 Like 했고 등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다 로깅되어 콘텐트 개인화 추천에 사용됩니다. 그 중간에 광고들까지도 아주 공을 들여 계산하죠.

그러니 내가 원하지 않는 콘텐트를 강력히 부인하는 Block 기능을 적극 활용하세요. 그것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개인이나 단체 계정일 수도 있고, 단순히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글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 자극을 일으키는 영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개인적으로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뜨면 모두 차단합니다. 이건 저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할 뿐 별로 좋은 점이 없더라고요.

Block을 적극 사용하지 않으면 주는대로 먹게 됩니다. 또 소셜미디어 마다 콘텐트 노출 알고리듬에 이 Block에 대한 가중치가 다른데요. 틱X, 인XX그X, 릴X 등은 아무리 Dislike와 Block을 해도 그냥 자기들이 보여주고 싶은거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안씁니다.

현재 제가 활용하는 소셜미디어는 Substack, LinkedIn, X 입니다. 좋게 말하면 사용자의 의도를 존중해주는거고 나쁘게 말하면 알고리듬이 형편 없습니다 (아마 그 사이겠죠). 그래도 이렇게 캘리브레이션 가능한 매체여야 내 목적에 따른 콘텐트 소비 강화가 가능합니다.

소셜미디어가 마음 먹으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테슬라, 일론, 코인 같은 계정과 키워드는 모두 차단합니다. 제 성별, 나이, 지역, 직업들을 조합하면 이런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나봅니다. 저한테는 노이즈일 뿐이고 그쪽으로 강화하고 싶지도 않아서 다 차단하고 좋았는데요. 어느 날은 X에 테슬라가 떠서 보니 커뮤니티 추천이라는 형태로 보여주더라고요. 네, 알고리듬은 길을 찾아냅니다.

세상의 수 많은 콘텐트들. 어느 쪽이 이길까요?

내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깁니다. 타임킬링용으로 콘텐트 소비에 바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무엇을 원하고 강화하고 싶은지 한 번 생각하고 들어가보면 어떨까요. 아니다 싶으면 죄책감 없이 Block을 적극 활용하며 내가 원하는 강화를 이끌어내 보세요.

다만 이러면 확증편향이 반복되어 더 좁고 잘못된 시야를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 나에게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 자신을 가꾸어놓는 환경/주변 엔지니어링도 필수라는 것을 잊지 말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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