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edIn노트데이터와 판단

1. 교수로서 논문 디펜스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

11월과 12월은 카이스트 교수로서 여러 석사·박사 논문 디펜스에 참여하는 시기입니다.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을 접하지만, 평가 과정에서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늘 같습니다. 이 연구가 어떤 A→B 가설을 가지고 있는가. A는 무엇이며, 왜 A를 고려하면 B가 발생한다고 믿는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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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2일
읽는 시간
8
언어
한국어
데이터와 판단2026년 1월 22일한국어

11월과 12월은 카이스트 교수로서 여러 석사·박사 논문 디펜스에 참여하는 시기입니다.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을 접하지만, 평가 과정에서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늘 같습니다. 이 연구가 어떤 A→B 가설을 가지고 있는가.

A는 무엇이며, 왜 A를 고려하면 B가 발생한다고 믿는지. 그리고 그 믿음을 어떻게 연구의 언어로 풀어냈는지를 봅니다.

연구의 전개 과정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연구자는 먼저 A→B라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그 다음, A의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모델과 알고리즘을 설계합니다(A→a). B를 관측하기 위해 어떤 성과 지표로 측정할 것인지 정의합니다(B→b). 마지막으로 구현된 모델(a)을 통해 반복적인 실험과 분석(a→b)을 수행하며 가설을 검증합니다.

모든 단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A→B라는 가설 자체가 명확하지 않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정교한 구현과 방대한 실험이 이어지더라도 연구 전체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출발점이 흐릿하면, 이후의 과정은 기술적 노력의 나열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1. 연구의 구조는 사업에서도 반복된다

창업을 하면서 이 생각이 계속 떠오릅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과정 역시 연구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의 가설은 대개 고객을 중심으로 정의됩니다. 이런 제품이나 기능을 제안하면, 고객은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이 가설 역시 동일한 구조로 전개됩니다. A→a는 제품이나 기능을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하는 과정입니다. B→b는 제품의 성공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a→b는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반복하며 반응을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연구와 사업은 같은 구조 위에 놓여 있습니다. 결과물이 논문이냐 제품이냐의 차이일 뿐, 가설을 세우고 구현하고 검증하는 사고의 틀은 동일합니다.

  1. AI 시대, 가설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A→a, B→b, a→b에 해당하는 많은 단계를 빠르게 가속하고 있습니다. 모델 구현, 실험 반복, 성과 측정은 점점 더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것은 어떤 A→B 가설을 세우느냐입니다.

연구에서도, 사업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구현이 아닙니다. 어떤 개입이 의미 있는 A인지, 어떤 결과가 정말 중요한 B인지, 그리고 왜 이 둘이 연결된다고 믿는지. 이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가설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 기존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왜 우리는 항상 이 방식으로만 해왔는가?" 이 질문이 새로운 가설의 시작점입니다.

  1. 연구의 사고방식이 산업 문제를 만날 때

오믈렛은 다양한 산업 고객들과 만나며, 기존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문제를 다른 가설로 다시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편의점 발주를 과거 판매 통계가 아니라 미래 수요 예측 중심으로 재설계하면 어떻게 될까. 수학적 최적해가 현장에서도 최선일까, 알고리즘의 optimality와 사람이 체감하는 효용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면 의사결정의 질도 자동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현장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 갖춰야 할 다른 속성이 있을까. 이런 가설들을 지금 현장에서 검증하고 있습니다.

Problem Solver 팀의 구성원 다수는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일을 특별한 도전으로 여기기보다,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받아들입니다.

기존 방식에서 약간의 효율을 더 끌어올리는 접근보다는, 기존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가 무엇인지, 어떤 A를 새롭게 정의하면 전혀 다른 B가 가능한지를 먼저 묻습니다. 가설이 실패할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란 본질적으로 반복적인 실패를 통해 더 나은 가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1. 함께 질문하고 싶은 분들께

연구의 사고방식으로 산업 문제를 풀고, AI 기술로 그 과정을 가속하는 일.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AI는 구현과 실험을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무엇을 묻고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앞으로 연구자와 엔지니어에게 더 중요한 역할은 정교한 구현이 아니라 의미 있는 가설을 세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연구의 사고방식으로 산업 문제를 풀어보고 싶은 분들과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해 나가고 싶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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