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콰이어,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관통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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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콰이어,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관통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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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 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지금은 유명 게임회사에서 기획하는 당시에도 될성부른 과 선배님이 이 물건을 가져왔고 나 포함 급조된 동년배 4명이 모여 설명을 듣고 게임을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당시 나는 기업도 모르고 주식도 모르고 합병도 모르고 경제도 모르고 자본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랐다. 이 보드게임에서 처음 접하는 개념들이었고 그저 게임의 룰인 줄 알고 플레이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게임 진행 하나하나가 얼마나 매끄럽고 우아하게 자본과 기업과 경제를 은유하고 있는지 새삼 놀랍다.
일을 쉬는 동안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려주고 싶어 함께 모노폴리를 많이 했다. 인생 선배로서 부동산 참교육을 해주면 분해서 울던 아들은 이제 닌텐도 스위치 모노폴리 고인물이 되어 나를 농락한다. 흐뭇하다. 부동산을 마스터했으니 이제 어콰이어를 함께 플레이할 타이밍이 됐다.
소장하려고 찾아 해매던 어콰이어 99년 판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판이 새로 나왔는데 이것도 해외구매만 되어 고민하던 차에 당근마켓에서 누가 만 원에 올렸기에 잽싸게 비를 뚫고 다녀왔다. 서울 좋은 아파트 정문에서 거래하는데 약속 시각에 나온 판매자는 아들 보다 몇 학년 높은 아이였다. 아아… 너는 이미 영재 교육을 마치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나 보구나... 싶었다.
아들에게 어떻게 이 게임을 좋은 기억으로 시작할 수 있게 탄을 만들까 싶던 차 아끼는 후배들과 술 없이 만나는 밤에 어콰이어를 챙겨 갔는데 이 게임은 20년 만에 해도 너무 재밌다. 이제는 매 순간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세상을 잘 녹여 놓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관통한 게임. 어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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