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는 이 글은 벤처캐피털(VC)과 창업가, 그리고 경험과 조언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질문을 던지는 글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문성이 어떻게 빠르게 퇴색할 수 있는지, 그리고 VC의 권위는 과연 어떻게 쌓이고 증명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글쓴이는 스스로 있었던 구체적 경험과 실제 대화를 예시로, "진짜로 권리를 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1. 같은 문제, 달라진 해법

글쓴이는 Opendoor 시절 겪었던 문제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창업자를 만납니다. 익숙한 상황에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며 기대를 하지만, 창업자의 해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AI 기반의 운영, 즉각적인 결과, 낯선 유닛 이코노믹스가 펼쳐진 것이죠.

"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내 낡은 비법을 내세우며 전문가인 척하는 것, 또 하나는 내 4년 전 전문 지식이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

여기서 글쓴이는 스스로의 과거 경험이 이미 시대에 뒤처진 것임을 깨닫습니다.


2. 권위의 함정과 '자격'의 진짜 의미

대부분의 VC는 여전히 "내가 전문가"라는 권위에 기대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Vinod Khosla는 냉정하게 선을 긋습니다.

"너는 창업가에게 조언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불확실하고, 트라우마가 되는지 직접 겪어봤냐?"

Khosla는 더 나아가 VC의 70%가 창업가에게 '제로 가치'가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가치를 준다고 단언합니다.

"투자자의 70%는 마이너스 가치를 더한다. 0이 아니다. 마이너스다."

지금 이 글을 읽는 VC들도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자신도 예전에 그랬다고 고백합니다. 실제로 4번의 창업, 손에 땀을 쥐는 P&L 책임이 있었던 본인도 최신 창업가들을 맞닥뜨리니, 과거의 전문성은 한없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2025년에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 앞에서, 내 2020년 플레이북은 거의 1990년 것과 다름없었다."


3. 권리를 얻지 못한 이의 씁쓸한 현실

최근 뉴욕에서 글쓴이는 한 창업자와 또 다른 창업자를 소개받으려다 거절당한 일화를 전합니다.

"너무 바빠서, 나중에요."

소개해 준 사람은 미안해했지만, 글쓴이는 오히려 담담합니다. "내가 아직 그 미팅을 받을 자격을 얻지 못한 거라 괜찮다"고 말합니다. 상처가 되긴 하지만, 같은 날 그 창업자가 다른 세 VC와는 만났다는 사실에서 현실을 인정해야 했죠.

대부분의 VC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펀드 이름이면 만나줘야지"라며 분개할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자격을 얻는다는 건 특정한 경험 기반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줄 아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6개월을 아낀 창업자 — 그녀의 조언자는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기업 고객을 잃어본 적이 있었다."

즉, "영업 해봤다"가 아니라

"나는 블랙프라이데이 때 99.99% 가동률을 보장 못 해서 월마트를 잃었다."

"마켓플레이스를 안다"가 아니라

"덴버에서 200만 달러를 태우고, 결국 문제가 유동성이 아니라 공급 품질 때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4. 전문성의 생명은 생각보다 짧다

전문성의 반감기는 생각보다 훨씬 짧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 10년 전에 회사를 만든 경험? 지금은 쓸모없다.
  • 상장 대기업에서 제품을 맡았다? 연 2% 변화밖에 경험 못했다.
  • 심지어 현업 운영자라도 자기 회사 일은 알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회사에서 벌어지는 고민을 두루 알지는 못한다.

글쓴이는 자신이 "제품-시장 적합성 찾기와 조직 빌딩"에서는 아직 도움을 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외에는 '모르겠다'는 솔직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VC가 못하는 세 단어: '모르겠습니다.'"

창업가가 원하는 건 "이해한다고 적당히 둘러대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겪는 고통을 정확히 '같이 겪어본 사람' 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5. 진짜 자격은 한 번,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진짜 자격이란 한 번 얻으면 영원한 게 아니라 매번 증명해야 하고, 창업가가 연락을 끊는 순간 바로 잃을 수도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조언을 할 자격은 한 번에 주어지는 게 아니다. 만남 하나하나, 결정 하나하나 마다 주어지고, 무시당하는 이메일 하나로 언제든 취소된다."

즉, 창업가가 응답을 그만 두는 건 "그들이 바빠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것을 제안합니다.


결론

이 글은 스스로 권리를 증명하려는 태도, 그리고 자격 없는 조언자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가 2025년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투자자의 자질임을 강조합니다. "내가 전문가니까"가 아니라 매번 창업가가 겪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진짜로 조언할 자격이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니, 과거의 경험에 기대지 말고 오늘, 이 순간 나의 '권리'를 다시 스스로 쌓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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