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시작: 물의 화학과 커피 맛의 관계
크리스토퍼 헨던 교수는 2014년 영국 배스 대학교 대학원생 시절, 맥스웰 카나 대쉬우드(Maxwell Kana Dashwood)를 만나면서 커피와 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맥스웰의 카페에서는 다른 로스터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어떤 커피가 "페놀릭하고, 비린내가 나는" 등 맛이 좋지 않았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커피 자체가 아니라 물의 화학적 조성이 맛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때는 이게 중요한 문제인지 몰랐어요. 그냥 다른 커피를 고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커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커피를 판매하는 회사는 소비자가 어떤 물로 커피를 내릴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접근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산업이 과학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고, 그게 제가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였어요."
이후 헨던 교수는 물의 화학이 완전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 미네랄을 첨가하는 '써드웨이브 워터' 같은 제품들이 등장하게 되었죠.
"제 의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왜 문제가 되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어요."
2. 커피 추출에 최적의 물 조성: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초기에는 마그네슘과 칼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탄산수소이온(바이카보네이트, bicarbonate)의 양, 즉 완충능(buffer)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바이카보네이트가 많은 물로는 절대 산미가 살아있는 커피를 만들 수 없어요."
- 부드러운 물(soft water)로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지만, 바이카보네이트가 많으면 산미가 사라집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합적인 향보다 산미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입니다.
3. 한국 시장에서의 물 문제와 해결책
한국은 지역별로 물의 경도와 화학 조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커피 맛의 표준화가 어렵습니다.
"서울과 남쪽, 내륙과 해안가 모두 물이 달라요. 그래서 한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시장이에요."
- 역삼투압(RO) 필터로 모든 미네랄을 제거한 뒤, 약간의 미네랄을 다시 첨가해 부드러운 물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 하지만 이는 '평균'을 맞추는 방법일 뿐,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 이온수(Deionized water)에 직접 미네랄을 첨가하는 방식이 가장 좋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일반 소비자에게는 비현실적입니다.
"커피 대회에서는 이런 방법이 의미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시간이 없죠."
4. 커피 분쇄와 추출 효율: 산업에 주는 실제적 이점
헨던 교수는 커피 원두 온도, 분쇄 입자 크기 분포, 추출 효율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최근 커피 가격이 오르고, 농가에 더 많은 돈을 주려는 사회적 동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 운영자는 수익이 부족해 가격을 더 올리기도 어렵죠.
"문제는 더 많이 지불하고 싶지만, 소비자에게 더 많이 청구하고 싶진 않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원두로 최고의 맛을 내는 방법이 중요해집니다.
-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가 낭비를 유발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밝혔습니다.
-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나쁜 맛이 나올 수 있으니, 짧은 추출(7~15초)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물만 추가해도 컵 안에 녹아드는 용질량이 10~20%나 늘어나요. 다섯 잔 만들 때 한 잔은 공짜로 얻는 셈이죠."
5. 과학적 접근이 스페셜티 커피에 미치는 영향
헨던 교수는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가 해마다 다르게 맛나는 걸 우리는 즐기죠. 모든 콜롬비아 커피가 똑같이 맛나길 원하지 않아요."
- 균일한 맛의 표준화가 목표가 아니라,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더 쉽게 좋은 맛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 "더 나은"이란 한 잔이 다른 잔보다 맛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러 잔이 동일하게 맛있게 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6. 교육에서 과학적 연구를 활용하는 방법
헨던 교수는 실용적 교육과 이론적 교육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SCA 트레이너는 내일 바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을 가르치고, 저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가르칩니다."
- 분쇄 시 정전기 문제, 다크 로스트와 라이트 로스트의 분쇄 입자 차이, 정전기 제거를 위한 원두에 물 뿌리기 등 실험 결과를 교육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에 대한 기존 정의도 바뀌고 있으며, 짧은 추출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맛있으면 7초에 추출해도 괜찮은 거죠. 왜 굳이 25초를 고집해야 하겠어요?"
- 앞으로는 커피에 전기를 적용하는 실험이 커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전기를 커피에 적용하면 이전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가능해져요. 앞으로 이걸 제대로 가르치려면 많은 교육이 필요할 거예요."
7. 한국 시장에서의 연구 협력과 과학 발전 가능성
한국은 커피 시장이 매우 크고 다양해서, 저가 커피부터 최고급 스페셜티까지 모두 소비됩니다.
"한국 시장은 자동차 시장과 비슷해요. 저렴한 차부터 고급차까지 모두 팔리죠."
- 달콤한 음료를 선호하는 소비자층과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는 층이 공존하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 과학 연구는 자금이 필요하며, 여러 카페가 소액씩 투자하면 큰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한국의 모든 카페가 1년에 1000달러씩만 투자해도 수백만 달러가 모여 큰 연구를 할 수 있어요."
- 하지만 카페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모이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8. 연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헨던 교수는 논문이 출판되어 세상에 알려질 때와,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사실을 우리만 아는 그 짧은 순간이 정말 흥미로워요."
- 과학은 연속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며, 자신의 역할은 학생들이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9. 앞으로의 연구 목표와 커피의 미래
헨던 교수는 로부스타 커피의 맛을 개선하는 연구가 커피 산업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로부스타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다면, 아라비카 시장의 부담을 덜 수 있어요. 80점대 아라비카를 78점 로부스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정말 큰 변화죠."
또한, 바리스타의 실수를 과학적으로 보완해, 누구나 일정한 품질의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카페에 와서 한 번만 커피를 마시고 갔는데, 그 한 잔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아쉬울 거예요. 만약 측정과 조정으로 이런 실수를 막을 수 있다면, 바리스타를 돕는 거죠."
10. 커피 추출용 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
헨던 교수는 "탄산수소이온(바이카보네이트) 농도"를 가장 중요하게 꼽습니다.
"바이카보네이트는 물의 pH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요. 산미가 살아있는 커피를 내고 싶다면, 바이카보네이트 농도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11. 추출 변수 중 가장 큰 영향력: 분쇄와 정전기
- 분쇄 설정(그라인더)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정전기 발생이 입자 크기 분포와 추출 효율에 큰 영향을 줍니다.
- 코니컬 버 그라인더는 느리게 갈리지만, 원두가 버에 자주 닿아 정전기가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전기를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입자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12. 커피 과학의 대중화: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접근
헨던 교수는 과학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과학자들은 대중과 소통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미디어와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이 과학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 일반인도 충분히 과학적일 수 있다고 믿으며, "모두가 아무것도 못한다고 가정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 1ml를 재라고 하면 대부분 할 수 있을 거예요.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과학적일 수 있습니다."
13. 마무리
마지막으로, 헨던 교수는 학생들과의 협업,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 그리고 커피 과학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저는 이제 직접 연구를 거의 하지 않아요.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저는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게 이 일의 가장 큰 보람이죠."
핵심 키워드:
- 물의 화학 조성
- 탄산수소이온(바이카보네이트)
- 정전기와 분쇄
- 추출 효율
-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성
- 과학적 소통과 교육
- 로부스타 커피의 미래
- 한국 커피 시장의 특성
☕️ 커피의 미래는 과학과 함께 더 맛있고,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