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Meta와 OpenAI에서 최고 레벨인 디스팅귀시드 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 IC9)까지 올랐던 Philip Su가 엔지니어의 성장 단계와 고위 레벨(E7, E8, E9)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엔지니어의 레벨을 결정짓는 핵심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영향력의 범위'와 '시간적 시야'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명확한 체크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최상위 레벨로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전략적 사고방식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엔지니어 레벨의 핵심 기준: 영향력과 책임의 범위
엔지니어의 레벨(E5, E7, E9 등)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Philip은 이것이 그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Scope of influence)와 혼자서 얼마나 큰 프로젝트의 완료를 보장(Guarantee delivery)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인턴은 기능 하나의 완료조차 확실히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 개발자(E5~E6)라면 10~15명 분의 작업을 이끌고 완료할 수 있어야 하죠. 그렇다면 그보다 높은 E7 레벨은 어떨까요?
보통 E7 레벨이라면, 제 데이터가 좀 오래되었을 수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약 50명 정도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약 50명 규모 팀의 기술적 방향성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제품 관리자(PM)나 엔지니어링 매니저들이 팀의 핵심 변경 사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당신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죠.
또한, 당신은 보통 6개월 정도 범위의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완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제가 당신에게 목표를 주고 "앞으로 6개월 동안 대화할 시간이 없다"며 코딩의 야생으로 떠나보내더라도, 6개월 뒤에 그 일이 완료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제가 기대하는 개인 역량의 규모와 범위입니다.
이처럼 레벨이 올라갈수록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간과 영향을 미치는 인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2. 최상위 레벨(E8, E9)의 차별점: 양적 팽창과 질적 변화
E8이나 E9 같은 최상위 레벨로 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단순히 관리하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Qualitative change)가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Philip은 고위 레벨 IC(개별 기여자)가 가치를 입증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 깊이(Deep)가 있는 전문가: 특정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가진 경우.
- 넓이(Broad)가 있는 제너럴리스트: 스타트업이나 신생 팀에서 모든 것을 조금씩 다룰 수 있는 '맥가이버' 같은 존재.
이때 중요한 점은, 상위 레벨 엔지니어 1명의 가치는 하위 레벨 엔지니어 여러 명으로 단순히 대체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E8 엔지니어, 예를 들어 질적으로 깊이가 있는 사람은 단순히 4명의 E6 엔지니어로 대체하여 똑같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보다 두 단계 아래인 사람들을 많이 투입해도 필요한 수준의 품질을 얻을 수 없는 작업의 레벨이 존재하거든요.
(...) 스타트업 같은 곳에서는 제너럴리스트가 매우 가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조금씩 다 할 수 있는 훌륭한 제너럴리스트 E8 한 명을, E6 세 명을 고용한다고 해서 능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적인 차이는 HR 부서에서 주는 '승진 체크리스트'나 '항목별 목록'으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엔지니어들이 혼란을 겪습니다. 목록에 있는 걸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승진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3. "교수 임용"과 비슷한 E9 승진의 모호함
Philip은 E8에서 E9로 승진하는 과정을 대학에서 정교수(Tenure)가 되는 과정에 비유합니다. 단순히 논문을 몇 편 썼다고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동료 교수들이 그를 '교수급'이라고 인정해야만 비로소 교수가 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Philip이 재직하던 시절, Meta(당시 페이스북)에는 처음에 E9라는 레벨조차 없었습니다. 전설적인 개발자 존 카맥(John Carmack) 같은 인물들이 합류하면서 회사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레벨을 만들어야 했죠.
회사가 수천 명 규모였을 때, 제 기억이 맞다면 E9으로 승진을 고려하던 엔지니어는 딱 3명뿐이었습니다.
표본이 이렇게 작을 때는 "E8이라면 이 4가지를 하세요. 그러면 E9으로 올려줍니다"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 3명은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의 인재였으니까요. 성공한 이유도 각기 달랐죠.
(...) 레벨 8 이상의 리더십 단계에서는, 제 생각에 상당 부분은 "다른 E8들이 당신을 E8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명확히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승진 공식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 과정을 설명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죠.
4. 롤모델이 없는 환경에서의 성장 전략
그렇다면 주변에 E8이나 E9 같은 고위 엔지니어가 없는 환경(작은 회사나 약한 팀)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Philip은 이런 상황을 '닭과 달걀의 문제'라고 인정하며, 특히 '약한 팀(Weak teams)'에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14만 명이 넘는 거대 기업(마이크로소프트 시절)에서도 약한 팀은 항상 존재합니다. 약한 팀의 문제는, 주변 동료들의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에 본인이 대단하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건 부동산을 사는 것과 비슷해요. 그 블록(동네)에서 가장 비싼 집은 절대 사고 싶지 않으실 겁니다. 더 이상 집값이 오를 여지가 없으니까요. 이미 꼭대기에 있는 거죠. 그렇다고 가장 안 좋은 집이 되고 싶지도 않겠죠. 중간 정도의 집이 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주변에 배울만한 롤모델(가장 비싼 집)이 없다면 성장이 정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Philip은 단순히 따라 할 롤모델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정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코치입니다.
상위 레벨에서는 관찰하고 모방할 대상을 찾는 것보다, 당신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코치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8에서 E9 승진에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당신에게 "질적인 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과 거리가 멉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라는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으니까요. 단순히 따라 할 사람을 찾는 것보다 질적인 의견을 듣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5. 실제 사례: E9으로 승진하게 된 결정적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Philip은 자신이 E9으로 승진했을 때의 구체적인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는 Meta의 런던 오피스 엔지니어링 팀을 처음 12명에서 시작해 4~5년 만에 400~500명 규모로 키워냈습니다.
단순히 팀을 키운 것이 승진의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 때마다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훨씬 앞선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가 든 구체적인 예시는 '인턴 채용 규모 결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이트 책임자로서 가졌던 마지막 회의 중 하나는 본사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여름 런던에서 인턴을 몇 명이나 뽑아야 할지, 정규직 TO는 얼마나 배정해야 할지에 대해서였죠.
저는 내후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상 인원에 대한 H-1B 비자 발급 가능 규모를 역산해서 계산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실제 일이 벌어지기 18개월 전에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18개월 뒤에나 결과가 나올 일을 위해 오늘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데이터를 통해 도출해냈습니다.
당시 다른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 이처럼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앞으로 생각해야 할 시간의 범위가 훨씬 더 길어지는 결정을 내리는 것, 이것이 승진의 주된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최고의 엔지니어로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코딩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영향력의 범위를 넓히고, 남들은 보지 못하는 먼 미래(18개월 이상)를 내다보며, 대체 불가능한 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정해진 정답이나 체크리스트는 없지만, 자신의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해 줄 코치를 찾고 전략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이 그 길로 가는 핵심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