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라우흐는 AI 시대의 기업이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제품을 창업가처럼 이끄는 사람과 그들을 증폭하는 에이전트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버셀은 이를 재귀적 창업가 모드(Recursive Founder Mode)라 부르며, 제품·채용·고객지원·데이터 분석까지 하나의 내부 에이전트 V를 중심으로 운영하려 한다. 다만 그가 보는 AI 시대의 핵심은 인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취향·공감·방향 설정·자본 배분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되는 변화다.
1. 인터넷을 다시 만들겠다는 선언
영상은 "코딩"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좁아졌다는 기예르모의 강한 주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한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개발만 코드인 것이 아니라, 슬라이드·문서·엑셀·업무 프로세스까지 모두 코드처럼 다뤄질 수 있다고 본다. 즉, 사람의 업무는 이제 다양한 도구를 조작하는 일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자동화된 시스템과 흐름을 설계하는 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 전체를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코딩이라는 말은 잘못 붙은 이름입니다. 모든 것이 코드예요. 슬라이드 덱도 코드고, 문서도 코드고, 엑셀 스프레드시트도 코드입니다."
기예르모 라우흐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Socket.IO와 Mongoose를 만들었고,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React 프레임워크인 Next.js를 공동 창안했다. 그가 창업한 버셀은 OpenAI, Stripe, Nike 같은 기업의 프런트엔드를 지원하며, AI 시대의 소프트웨어 구축 기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특히 v0를 통해 일반 언어로 원하는 앱을 설명하면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누가 앱을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가 제품을 만드는 법, 구성원이 일하는 법, 사회가 창작과 노동을 바라보는 법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이 영상의 출발점이다.
2. 창업가 모드를 확장하는 재귀적 창업가 모드
폴 그레이엄의 '창업가 모드' 에세이는, 창업자가 회사가 커진 뒤에도 고객과 제품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기예르모 역시 창업가가 가진 추진력과 집요함에 공감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관료주의를 뚫고, 작은 디테일까지 완성도를 책임지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명확한 한계도 있다. 창업자 CEO 한 명이 여러 제품, 여러 고객층,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모두 직접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버셀이 택한 답이 재귀적 창업가 모드다.
"창업자 CEO는 혼자서 갈 수 있는 데까지밖에 못 갑니다. 결국에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 자체를 만들어야 하죠."
버셀은 각 제품을 단순한 부서의 프로젝트로 보지 않는다. 대신 해당 제품에 강한 비전과 오너십을 가진 사람을 찾아, 사실상 그 제품의 CEO처럼 일하게 한다. 예로 그는 AI SDK의 리더인 라르스 그람멜을 언급한다. 라르스는 단지 숙련된 엔지니어가 아니라,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TypeScript 기반 개발 경험에 대한 분명한 관점과 창업가적 추진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제품의 CEO와 거의 같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Fluid Compute다. 버셀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제품 디자인부터 Rust 기반 런타임 개발까지 혼자 수행하던 개발자 톰 레너드의 회사를 인수했다. 기예르모는 이런 사람을 제품 기능 담당자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영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창업가형 리더로 활용한다.
버셀의 목표는 이렇게 요약된다.
- 창업자는 회사 전체의 방향·가치·핵심 지표·조직 구조를 설계한다.
- 각 제품 리더는 제품의 개발·메시지·마케팅·고객 경험까지 폭넓게 책임진다.
- 회사는 이들이 빠르게 실험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의 공간을 제공한다.
- AI는 이 구조를 더 강하게 만든다. 특정 언어로 코드만 짜는 좁은 역할은 약해지고, 제품 전체를 움직이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회사 안의 누군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업 전체를 자기 일처럼 책임지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3. 기술과 취향을 에이전트의 역량으로 만드는 법
기예르모는 자신을 농담처럼 최고 품질 책임자(Chief Quality Officer)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그는 제품의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이를 개인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에이전트와 조직의 시스템에 옮기려 한다.
이 맥락에서 버셀이 공개한 것이 skills.sh다. 이는 Next.js와 React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관한 버셀의 노하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스킬 저장소로 정리한 프로젝트다. 일부 사람들은 버셀이 자기 지식을 전부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셈 아니냐고 물었지만, 기예르모는 이것이 오히려 플랫폼과 고객 신뢰를 강화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가치는 지식을 감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전체 버셀 플랫폼과, 우리가 고객에게 주는 신뢰에 있습니다."
그는 기술적 품질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품질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짧은 글이라는 제약이 있는 X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한이 오히려 메시지를 압축하고 정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버셀의 구성원에게도 단순히 기술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람들이 왜 그것을 써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기술을 허공에 던지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스토리텔링을 도와야 합니다."
"출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에게 그 제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수년간 쌓은 QA 감각,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 제품을 '잘 착지시키는' 방법을 내부 에이전트의 스킬로 바꾸려 한다. 개인의 뛰어난 감각을 반복 가능한 조직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버셀이 말하는 재귀적 개선 시스템의 핵심이다.
4. AI 시대의 채용: 이력서보다 실제 결과물
기예르모는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이 매주 바뀐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보는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까지 실제로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여 주는 실행의 증거(proof of work)이고, 다른 하나는 6개월 또는 12개월 뒤의 변화를 내다보며 자신을 재배치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사고방식이다.
"나는 결국 훌륭한 것을 출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지금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다음 주에 무엇을 출시할지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버셀의 인터뷰 방식은 이 철학을 반영한다. 지원자에게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게 하며, 이를 워크 프롬프트(work prompt)라고 부른다. 지원자는 자신의 역할에 맞는 산출물을 만들고, 그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세부 사항을 얼마나 잘 보는지, 예상 밖의 흥미로운 탐색을 했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좋은 지원자는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버셀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점, 빠진 기능, 개선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지적한다. 기예르모는 한 지원자가 아름다운 결과물을 제출한 뒤 "여기서 한 시간을 낭비했는데, 이것은 버셀이 고쳐야 할 기회입니다"라고 말한 사례를 인상 깊게 소개한다.
"그녀는 결과물만 가져온 게 아니라, 회사와 플랫폼에서 자신이 무엇을 개선하고 싶은지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방식은 엔지니어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마케팅, 영업, 고객 부문도 이제는 에이전트와 플랫폼을 활용해 결과물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케터가 디자인이나 개발 리소스를 요청하는 티켓을 올리고 기다리는 조직은 AI 시대에 너무 느리다.
"당신은 Jira 티켓을 등록하러 온 게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겁니다."
5. 800명 규모에서도 모든 채용을 품질 문제로 보는 이유
버셀은 약 800명 규모지만, 기예르모는 여전히 모든 채용에 관여한다. 물론 모든 지원자를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대신 에이전트가 인터뷰 진행 상황을 정리하고, 지원자의 결과물과 이력, 공개된 활동을 요약하며, 기예르모의 채용 기준을 프롬프트에 반영한다.
그는 지원자와 비동기적으로 질문을 주고받거나, 제출물의 수정도 요청한다. 이는 단지 까다롭게 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채용을 수년 혹은 10년 단위의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 일은 세대 단위의 프로젝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투자할 것이고, 당신도 10년은 함께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는 채용을 '인사 업무'로 분리하지 않는다. 제품 품질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질도 회사의 품질이라는 것이다.
"결국 다 품질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사람들을 보유해야 합니다."
버셀의 가치 중 하나는 반복적 탁월함(Iterative Greatness)이다. 이는 완벽해질 때까지 멈추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내놓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계속 개선하되 제품 흐름을 막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버셀에서는 누구도 무언가를 막을 권리가 없습니다. 흐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토큰도 흘러야 하고, 제품도 출시되어야 합니다."
그가 언급한 예외는 보안이다. 보안은 출시를 막을 수 있는 정당한 중단 지점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누군가가 단지 검토를 늦추거나 결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생산 라인을 세울 수 없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검토할 시간이 생길 때까지 제품을 묶어 두지 마세요. 이메일을 보내세요. 제품은 나갑니다."
이처럼 버셀은 일부러 병목 지점을 적게 설계한다. 그리고 CTO와 CEO는 조직의 처리량, 변경 로그 발행 빈도, 고객에게 제품 개선을 알리는 속도 등을 분석한다. 기예르모에게 조직 운영 역시 코드와 시스템 설계의 문제다.
6. 창업가가 버셀에 남는 이유: 자율성, 플랫폼, 유통
AI 덕분에 주말 만에 제품을 만들고, 시드 투자를 받는 것도 쉬워진 시대다. 그렇다면 창업가적 인재는 왜 버셀 안에 남아야 할까? 기예르모는 돈과 유명세만 따라다니는 인재 이동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본다. 단기간에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보다 긴 시간 동안 몰입해 큰 일을 해내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창업가도 장기적인 약속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유명하거나 팔로워가 많은 사람만 찾기보다, 성장 기울기가 높은 사람, 즉 고속으로 배우고 성장할 사람에게 투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입사 단계부터 버셀의 일은 적어도 10년이 걸릴 수 있으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한다.
다만 직원이 정말 창업을 원한다면 지원한다. 그 자신도 위계적인 조직 안에서 평생 일하기에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버셀 내부에서 자율성과 창업가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재귀적 창업가 모드는 바로 그런 사람에게 "회사 안에서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감각을 주는 구조다.
또한 버셀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창업가가 제품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유통·고객 채널이기도 하다. 밖에서 혼자 만들었을 때는 제한적이었던 제품이 버셀의 더 넓은 제품군에 들어가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는 AI 시대가 기존 SaaS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고정된 범용 SaaS 일부는 약해지고, 기업이 스스로 내부 도구와 에이전트를 만드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 이때 고객은 10~20개의 분리된 SaaS를 사는 대신, 더 큰 플랫폼 위에서 자신만의 도구와 지식재산을 구축하게 된다.
"정적인 기성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버셀 위에서 직접 만들고 배포하는 것만큼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로 소프트웨어 제작이 쉬워질수록 오히려 배포·유통·신뢰·기반 인프라의 가치는 커진다. 이것이 버셀이 제품 창업가를 내부에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다.
7. 속도와 취향은 충돌하지 않는다
버셀은 빠른 출시를 중시하지만, 동시에 제품의 미적 완성도와 세련된 경험에도 집착한다. 얼핏 보면 속도와 취향은 충돌하는 가치처럼 보인다. 빨리 출시하면 조악한 결과물이 나오고, 완성도를 높이면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예르모는 순진하게 접근하면 실제로 충돌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회사의 도구와 기본 구성 요소가 품질의 하한선을 충분히 높이면, 빠르게 만들어도 형편없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shadcn/ui를 만든 샤드친을 예로 든다. 이 UI 컴포넌트 시스템은 버튼, 드롭다운, 사이드바 등 현대적인 앱에 필요한 요소의 기본 품질을 높여 줬다. 버셀은 이런 구성 요소를 자체 디자인 시스템으로 확장해, 구성원이 좋은 도구 위에서 제품을 만들도록 한다.
"버셀에 들어와서 역량과 주도성을 갖추고, 이 모든 기본 도구를 쓸 수 있는데도 형편없는 결과물을 내기는 꽤 어렵습니다."
버셀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팀은 사람을 무한히 채용하는 대신, 디자인 리뷰와 세련된 디테일을 반영하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조직의 취향과 고객 여정에 대한 감각을 스킬로 전환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기예르모는 AI와 취향을 대립시키는 관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AI와 취향 사이에는 잘못된 이분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취향 없는 일은 모델이 출력한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AI 슬롭(slop)'은 보라색 그라데이션, 과도한 대문자 텍스트, 맥락 없는 초록색 온라인 표시처럼 모델이 흔히 만들어 내는 상투적 디자인이다. 해법은 AI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가진 좋은 취향과 금기를 스킬·프롬프트·리뷰 시스템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8. 엔지니어의 새 역할: 코드를 쓰는 사람에서 공장을 만드는 사람으로
기예르모는 AI가 개발자를 위협하는 새로운 사건이라기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반복되어 온 플랫폼 전환의 최신 사례라고 본다. 과거에는 JavaScript가 장난감 언어라고 조롱받았고, 웹 개발은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보다 낮게 평가받았다. 이후 모바일과 클라우드도 비슷한 저항을 겪었다.
"데스크톱만 고집한 사람은 웹을 놓쳤고, 웹만 고집한 사람은 모바일을 놓쳤습니다. 데이터센터만 고집한 사람은 클라우드를 놓쳤죠."
그는 새 기술이 나타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방어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그 기술을 직접 시도하고 새 플랫폼으로 뛰어드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AI 자동완성, Copilot, ChatGPT, 에이전트 모두 같은 흐름에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 엔지니어의 새로운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그는 모델에게 단순히 "고쳐줘", "실수하지 마"라고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한다. 궁극적으로는 결과물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생산하는 소프트웨어 공장을 만드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제 핵심 메타 스킬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공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버셀 내부 데이터에서도 AI 도입을 통한 출시 속도 상승은 매출 성장과 연결된다. 이는 사람들이 출력물을 직접 만드는 데서 벗어나, 출력물을 만들 시스템을 개선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SDK도 이 철학을 실험하는 사례다. 고객이 이슈를 보고하면 상당 부분을 자동으로 해결하고, 새 모델의 기능이 등장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SDK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고객의 보고나 모델의 발전이 자동으로 형식화되고, 출시될 수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떠오르는 직무상이 바로 프로덕트 엔지니어다. 고객, 제품 전략, 손익, 유지율, 확장 가능성까지 생각하면서 동시에 구현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예르모는 앞으로 조직이 더 평평해지고, 정보 흐름은 더 빨라지며, 각 개인의 책임 범위는 넓어질 것이라고 본다.
9. 젊은 창작자와 조직을 위한 AI 활용법
과거에는 17세 개발자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만들고 GitHub 스타를 얻는 것만으로도 뛰어남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AI 덕분에 누구나 어느 정도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
기예르모는 이제 젊은 창작자가 제품의 가치를 설명하고, 고객을 얻고, 사업적 결과까지 만들어야 차별화된다고 본다. 그가 버셀의 사내 대화에 초대한 인디 메이커 마크 루는 랜딩 페이지, 행동 유도 문구, 방문자와 매출의 관계까지 고민하는 풀스택 AI 활용형 빌더의 사례다.
"이제는 코드를 만들고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멀리 가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Socket.IO가 Microsoft 365에 활용된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이었다면 고객 사례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오픈소스와 사업, 프로젝트와 스타트업 사이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제품에는 이름, 로고, 웹사이트, 고객 스토리, 유통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
또한 버셀도 AI 활용 격차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직원에게 AI 구독을 제공한다고 해서 모두가 생산성을 10배로 높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상위 5%는 프롬프트, 도구, 스킬을 활용해 엄청난 속도를 내지만, 나머지는 그냥 출퇴근하듯 AI를 얕게 쓰는 데 머무를 수 있다.
버셀의 해법은 개인에게 각자 다른 챗봇을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전 직원이 공통 기반 위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만든 내부 에이전트가 V다.
"에이전트가 성공하려면 아이폰처럼 되어야 합니다.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게임도 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갈 곳은 하나죠."
10. 회사의 단일 창구가 된 내부 에이전트 V
버셀은 내부적으로 V라는 에이전트를 운영한다. 직원들이 정보가 필요하거나,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고객이나 사업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여러 SaaS와 챗봇을 오가는 대신 V를 첫 번째 창구로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다.
"회사의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모를 때, 자동화할 일이 있을 때, 사업이나 고객에 관해 궁금할 때 V로 갈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V는 단일 모델이 아니다. 그 아래에는 여러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 기능, 스킬,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팀이 있다. 버셀은 이런 조직용 에이전트를 만드는 프레임워크 Eve도 공개했다.
기예르모는 앞으로 SaaS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좋은 SaaS의 기준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빠른 웹사이트, 풍부한 기능, 안정적인 UI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에이전트와 얼마나 잘 연결되는가가 핵심이 된다. CRM이나 고객지원 도구도 사람이 직접 화면을 눌러 쓰는 제품이 아니라, V 같은 에이전트가 안정적으로 호출하고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어떤 플랫폼이 뛰어오르는 이유는, 세상의 V들과 얼마나 잘 상호운용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는 어떤 공급업체는 MCP를 제공하더라도 호출 수가 너무 많거나 자주 실패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API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족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요청량을 견딜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에이전트는 짧은 시간 안에 서비스 부하를 100배까지 키울 수 있다. 버셀의 자체 부하도 몇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기존 레거시 배포 환경이나 느린 승인 절차가 심각한 병목이 될 수 있다.
"에이전트가 주는 속도는 페라리인데, 배포하려고 하면 2시간짜리 대기열에 들어가 버리면 안 됩니다."
11. AI 시대 CEO의 일: 직접 써 보고, 인간의 시간을 아끼기
기예르모는 모든 CEO가 AI를 직접 써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제품과 에이전트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경험하지 못하면, 회사의 로드맵과 운영 방식을 제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의 CEO가 스마트폰 없이 모바일 전략을 논할 수 없었던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에이전트는 너무 큰 플랫폼 전환이라서, 직접 쓰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AI를 '고갈되지 않는 IQ 기계'처럼 활용한다. CLI 환경에서 개인적 리서치를 비동기로 맡기고, 회사 관련 질문은 Slack에서 V와 대화하며 처리한다. 예전 같으면 회의, 발표 자료, 화면 캡처,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Slack 메시지가 필요했을 일을 에이전트에게 바로 맡긴다.
예를 들어 "버셀 AI Gateway에 가입해서 API 토큰을 얻는 과정이 얼마나 쉬운지 조사해 달라"는 질문을 에이전트에 맡긴다. 이때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직접 조사하고 분석할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DM을 보낸다면, 아마 내 에이전트가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일 겁니다."
이는 인간을 무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 조사나 정보 탐색을 AI에게 맡김으로써, 사람에게 연락할 때는 정말 사람의 판단·맥락·관계가 필요한 문제만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앞으로의 협업이 '나 또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나와 당신과 에이전트가 함께 대화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2. 보안, 데이터, 비용까지 운영하는 에이전트
버셀은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조직 운영 시스템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보안 점검에서는 DeepSeek이라는 내부 도구를 통해 모델에게 매우 편집증적인 보안 전문가 역할을 맡긴다. 에이전트는 코드에서 취약점을 찾고, 특정 모델이 보안 분석에 얼마나 뛰어난지와 비용이 얼마인지까지 비교한다.
기예르모는 모델이 자신이 작성하거나 분석한 코드를 다시 검토해 문제를 찾는 모습이 흥미롭다고 표현한다.
"모델이 자기 코드를 쓰고, 그 코드가 왜 잘못됐는지도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약간 사이코패스 치료 같은 느낌이죠."
다만 모든 업무에 가장 강력하고 비싼 모델을 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어떤 모델은 취약점 탐지 능력이 뛰어나지만 비용이 매우 높고, 다른 모델은 성능이 조금 낮아도 7배 저렴할 수 있다. 따라서 에이전트는 업무의 중요도와 비용을 고려해 적합한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지능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처럼 쓸 수 있지만, 동시에 액체 금처럼 비쌀 수도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토큰 비용이 기업 운영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기업은 어떤 부서와 업무에 어느 모델을 얼마만큼 쓸지, 정확한 비용 구조를 관리해야 한다. AI 도입은 단지 생산성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결국 손익계산서(P&L)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버셀의 데이터 조직 역시 기존처럼 직원이 분석 티켓을 올리고 데이터 과학자가 SLA 안에 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신 데이터 접근 권한과 보안 정책을 V에 반영해, 직원이 V에 바로 질문하고 답을 얻도록 만든다.
한 사례로 CTO가 "강력한 트윗 아이디어를 제안해 달라"고 하자, V는 버셀이 최근 20억 건의 배포를 달성했다는 데이터를 찾아내 트윗 소재로 제안했다. 기예르모는 이것이 데이터 에이전트와 추론이 결합된, 꽤 인상적인 순간이었다고 본다.
13. 미래의 회사는 에이전트와 함께 시작된다
기예르모가 지금 버셀을 다시 창업한다면, 회사의 가장 기초적인 자산은 웹사이트나 클라우드 인프라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법인 설립보다도 더 근원적으로, 사업을 함께 운영할 에이전트를 처음부터 만들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속 로봇과 그를 따라다니며 사업의 모든 것을 아는 로봇 조수를 떠올린다. 미래의 회사는 창업자와 V 같은 에이전트가 함께 성장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는 에이전트를 지나치게 인간처럼 보려 하지는 않는다. 에이전트는 어디까지나 기계이자 인프라 구성 요소다. 하지만 구성원의 경험을 좋게 하려면 회사 특유의 말투와 성격을 갖도록 다듬을 필요는 있다. 실제로 버셀 인턴은 V의 말투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며, 버셀다운 성격을 갖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했다.
"회사를 시작할 때, 당신의 에이전트도 함께 시작하게 될 겁니다."
버셀처럼 "인터넷의 모든 픽셀과 모든 토큰"을 다루려는 거대한 목표에는 여전히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에이전트가 특정 팀의 예상보다 더 많은 결과를 내는 사례를 매일 목격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CEO와 리더는 변화의 가능성을 추상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직접 실험하고 세부 사항까지 들어가 봐야 한다.
14. v0와 에이전트 시대의 인프라
v0는 버셀의 AI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지만, 기예르모는 이것이 버셀의 본질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버셀의 영혼은 여전히 사람들이나 에이전트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배포하는 인프라에 있다.
v0의 출발점은 단순한 코드 생성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버셀의 품질 기준을 반영한 Next.js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었다. 사용자는 프롬프트 하나로 시작하고, 버셀이 축적한 개발·디자인 노하우를 기본값으로 받을 수 있다.
"v0는 버셀의 품질 기준을 가진 무언가를 더 빨리 시작하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AI 시대에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형태도 바뀐다. 과거 웹 시대에는 전 세계에 정적 콘텐츠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CDN이 필요했다. 버셀은 웹이 점점 동적이고 개인화되면서, 그에 맞는 현대적 CDN을 구축했다. 이제 에이전트 시대에는 페이지뿐 아니라 토큰을 위한 CDN이 필요하며, 이것이 AI Gateway 같은 서비스로 이어진다.
또한 사람을 위한 UI만으로는 부족하다. 에이전트는 버튼과 대시보드보다 CLI, API, MCP 서버 같은 더 근본적이고 기계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한다.
"이제 디자이너는 CLI와 API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기예르모는 기업이 에이전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MCP 서버 같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에는 웹페이지와 페이지 속도 지표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에이전트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API와 서버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15. AI 시대에도 해자는 남는가
누구나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장기적인 경쟁 우위 즉 해자(moat)는 사라질까? 기예르모는 고객은 결국 모든 차원에서 가장 높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한다.
특히 인프라는 쉽게 '바이브 코딩'할 수 없다. 글로벌 분산 시스템, 보안, 성능, 운영 절차, 신뢰성은 단지 코드 몇 줄을 생성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영역에서는 플랫폼과 인프라의 해자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인프라는 그냥 바이브 코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운영의 엄격함과 보안의 모범 사례가 필요합니다."
반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소규모 맞춤형 소프트웨어의 진입장벽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연간 수천만 달러 매출을 내는 솔로프러너나 매우 작은 팀의 사업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다. 과거 100명 규모 SaaS 회사와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했던 일을 훨씬 작은 규모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수요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자기 앱을 만들어 유지보수할 것이라는 상상은 아직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다만 벤처 투자 대상이 될 만큼 큰 사업과, 작지만 수익성 높은 사업의 경계는 새롭게 조정될 것이다.
16. 인간에게 남는 것: 공감, 취향, 선택과 연결
기예르모는 AI가 아무리 강력해져도 인간에게 남는 역할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공감, 감정, 진정한 인간관계다. 그는 AI를 친구로 두는 것을 거부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진짜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의 공감과 감정, 연결은 우리의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는 AI 시대에 오히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더 희소하고 가치 있어질 수 있다고 본다. 소셜 네트워크도 단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 인간과 연결되는 공간으로서 더 큰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다. 물리적으로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또한 무엇을 만들지, 어떤 가치와 취향을 반영할지, 어디에 자원을 배분할지 결정하는 일은 인간이 해야 한다. AI가 버그, 성능 문제,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점점 강해질 수 있다. 그는 이를 오픈소스의 오래된 격언을 변주해 설명한다.
"충분한 토큰이 있다면 모든 버그는 얕아집니다. 모든 성능 문제도, 모든 보안 문제도 얕아집니다."
그러나 그 많은 토큰을 어디에 쓸지, 어떤 문제를 풀지, 어떤 회사와 미래를 만들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그는 이를 자본 배분의 문제라고 부른다.
17. 일자리의 종말보다 창작의 르네상스
일부 AI 리더들이 대규모 일자리 상실을 경고하는 것과 달리, 기예르모는 매우 낙관적이다. 그는 AI가 사람들을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훨씬 더 기발하고 창의적인 세계로 데려갈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과거 CD-ROM 백과사전인 Encarta를 떠올린다. 당시에는 콘텐츠를 1년에 한 번 배포해야 했기 때문에, 인체 구조 같은 페이지에 정교한 일러스트와 상호작용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빠른 정보 갱신과 대규모 접근성이 중요해지면서, 텍스트 중심의 단순한 Wikipedia 스타일이 표준이 됐다.
이제 AI로 제작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웹은 다시 더 몰입감 있고 아름답고 장난기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누군가 AI로 만든 3D 인체 탐색 경험이 화제가 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결과물이 창의성과 표현력의 부활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웹은 훨씬 더 기발하고 즐거운 공간이 될 겁니다."
"우리는 인터넷 전체를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예술가와 작은 사업자의 부활도 기대한다. 대규모 산업형 콘텐츠 생산이 눌러왔던 개인의 취향, 수공예적 감각, 독특한 브랜드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 만드는 올리브유와 대형 브랜드의 올리브유가 다르듯, 사람들은 독특하고 정성 어린 제품을 원할 수 있다.
Shopify와의 협업처럼, AI는 사람들이 "내가 이 사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라고 느끼던 장벽을 없애 줄 수 있다.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언젠가 그것을 프롬프트로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8. 코더에서 CEO로: 자기 자신이라는 공장 관리하기
기예르모는 뛰어난 개인 개발자에서 CEO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초기 창업자는 코드를 쓰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자인하고, 마케팅하고, 급여까지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 모든 일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할 수는 없다.
AI 시대에는 리더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오히려 자기 전문 분야에만 머무르면 뒤처질 수 있다. CSS 전문가, JavaScript 전문가라는 좁은 정체성만 고집해서는 안 되며, 리더는 점점 더 풀스택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는 회사가 소프트웨어 공장을 만들어야 하듯, 개인도 자신이라는 공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비유한다.
"당신은 자기 자신의 개인 공장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CEO의 일 중 하나는 자기 심리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다. 사업은 곧게 상승하지 않고, 잘되다가도 후퇴한다. 그 역시 제품의 단순성에 집중해 성공했지만, 어느 시기에는 여러 일을 한꺼번에 시도하며 집중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
"스타트업은 절대 직선으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잘되다가도 다시 후퇴합니다."
그는 실수를 매우 싫어하지만, 대부분의 실수는 되돌릴 수 있는 양방향 문(two-way door)이라고 믿는다. 실수가 치명적으로 느껴질 때도 숨을 고르고,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버티며 다시 고치면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실수는 양방향 문입니다. 숨을 쉬고, 버티면 지나갑니다."
19. 관리의 확장성과 고객지원의 의미
기예르모는 관리가 단순히 1:1 미팅을 많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훌륭한 관리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행동으로 보여 주는 리더십, 가치의 반복, 문화의 전파다.
그는 버셀의 가치인 반복적 탁월함을 계속 언급하고, 조직의 가치가 실제로 퍼지도록 만드는 일이 자신을 확장하는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많은 직속 보고자를 두고도 운영하는 사례도 이런 관점에서 언급한다.
그리고 기예르모 자신은 CEO임에도 정기적으로 고객지원 로테이션에 참여한다. 고객이 CEO에게 직접 지원을 받는 것을 놀랍게 여길 때도 있지만, 그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CEO가 고객지원을 한다고요? 물론이죠."
"나는 보여주기식으로 행동하고 싶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 들어가 고통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에게 고객지원은 고객의 문제를 직접 이해하는 방법이자, 조직에 고객 집착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방식이다. 경쟁사 CEO가 고객을 직접 돕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은 버셀에게 유리하다고까지 말한다.
20. 에너지의 원천: 에너지를 써서 에너지 예산을 키우기
인터뷰 후반에는 다섯 자녀를 두고 여섯째를 기다리는 기예르모의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는 매일 아침 운동하고, 고객지원도 하고, X의 반응도 챙기며, 회사를 운영한다. 유치원 시절 교사들이 부모에게 "이 아이에게 뭘 먹이느냐, 에너지 덩어리 같다"고 물었다는 일화도 들려준다.
그는 이런 에너지가 타고난 기질만의 결과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의식적으로 운동, 식단, 루틴에 투자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에너지 예산을 늘리려면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그에게 운동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 더 좋은 아버지, 남편, CEO, 동료가 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 용량을 늘리는 투자다. 그는 자기 일을 사랑하면 일이 단순히 고통스러운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물론 그도 기분이 가라앉는 시기와 저점을 경험한다. 다만 이를 반드시 '번아웃'이라는 고정된 상태로 규정하기보다,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변화로 본다. 그는 심지어 하루 키 입력 수를 기록하는 앱을 직접 AI로 만들어 자신의 상태를 관찰한다.
"매일 인생의 최고 성과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절망에 빠지지 않는 태도입니다."
21. 빠른 질문에서 드러난 제품 철학과 인간성
빠른 질문 코너에서도 기예르모의 관점은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가 가장 과대평가된 스타트업 조언으로 꼽은 것은 뜻밖에도 야망이다. 너무 큰 야망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제품을 마구 출시하고, 결과적으로 세상에 '슬롭'을 쏟아내는 스타트업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은 너무 야심만만해서 세상에 형편없는 결과물을 잔뜩 내놓고 죽습니다."
그는 야망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성취하고 품질을 지키면서 커져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다. 특정 이정표를 달성한 뒤 100배 확장하는 방식이 더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감탄하는 제품으로는 Google Chrome을 꼽는다. AI로 브라우저를 재현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Chrome의 표면을 흉내 낸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CI 파이프라인, 보안, 바이너리 크기 최적화, 성능 관리 등 Chrome의 진짜 공학적 난이도는 쉽게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 분야에서 과대평가됐다고 보는 것은 컴퓨터를 음성으로 조작하는 경험이다. 음성이 유용한 순간은 분명 있지만, 아직 타이핑을 대체할 만큼 자연스럽고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한다.
한편, 에이전트 없이 마지막으로 직접 코딩한 경험도 이야기한다. 비행기에서 Starlink가 작동하지 않자, 오래된 방식으로 Neovim을 열고 코드를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석기 시대 동굴인처럼 코딩했다"고 농담하지만, 때로는 코드 자체로 돌아가는 경험도 여전히 유용하다고 말한다.
22. 배포 속도에 대한 집착과 인간의 글쓰기
기예르모가 특히 좋아하는 제품 개선은 배포 시간을 줄이는 일이다. 어린 시절 FTP로 파일을 끌어다 놓자마자 인터넷의 라이브 사이트가 바뀌는 경험이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현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배포가 수십 분, 심지어 수 시간 걸리는 현실은 그에게 매우 답답한 문제다.
버셀은 모든 규모의 애플리케이션을 한 자릿수 초 안에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Next.js의 빌드 시간을 경우에 따라 50% 줄이는 개선, 매일 1초 또는 7초를 줄이는 개선이 그에게는 매우 즐거운 진전이다.
"내가 쫓아온 것은 파일을 저장하자마자 인터넷의 앱이 바뀌는 그 경험입니다."
이 속도는 인간 개발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생성하고, 배포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수정하는 피드백 루프를 빠르게 돌리려면 실시간에 가까운 배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절대 기계에 넘기고 싶지 않은 일로 가족과의 정서적 관계, 사랑, 그리고 자기 글쓰기를 꼽는다. AI가 트윗의 정보 조사와 검토는 도울 수 있지만, 트윗을 대신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AI가 내 트윗을 써 주나요? 절대 아니죠."
그는 인간이 말하거나 쓰는 문장을 '다음 토큰'에 비유한다. 하지만 자신의 다음 토큰은 그날의 경험, 현재의 공간, DNA, 성장 배경, 아르헨티나와 미국에서의 삶, 가족, 축구와 월드컵의 기억까지 모두 담긴 결과다. 그것을 시스템 프롬프트 하나로 완전히 복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당신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결은, 기계가 아닌 내게서 나오는 진짜, 진정성 있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온 다음 토큰'일 겁니다."
23. 마무리: 압도적 시간 투자와 더 큰 인간성
아르헨티나나 인도 같은 곳에서 영상을 보며 자신과 같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기예르모는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수학을 잘했고 지역 대회에서도 성과를 냈지만, 결국 자신을 만든 것은 배움과 일에 맞춰진 오랜 시간의 훈련이었다고 본다.
"내 삶은 월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배우고 일하기 위해 아주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만 시간이나 996은 초보자 수준입니다. 시간을 정말로 쏟아야 합니다."
다만 이 영상이 말하는 노력은 단순한 장시간 노동의 찬양만은 아니다. 기예르모의 메시지는 개인의 에너지와 건강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가까이 가고, 높은 품질과 취향을 시스템에 옮기며, AI를 통해 더 넓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데 가깝다.
결국 그가 그리는 AI 시대의 강한 기업은 인간을 대체하는 자동화 회사가 아니다. 창업가적 오너십을 가진 사람들이 에이전트와 함께 더 빠르게 만들고, 더 넓게 책임지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연결과 선택을 지켜 내는 회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