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 메타 E9 Distinguished Engineer(저명 엔지니어) 필립 수가 빠른 승진과 커리어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에세이다. 그는 운과 재능의 영향도 인정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성실함과 투입 시간이며, 동료보다 빠르게 성장하려면 더 오래 또는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자신의 급격한 성장 뒤에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잃는 분명한 대가가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1. 특별 게스트 필립 수와 글의 문제의식
뉴스레터 Path to Staff는 구독자 3,000명 달성을 기념해 필립 수를 특별 기고자로 소개한다. 필립 수는 메타의 E9 엔지니어였으며, 페이스북 여러 사무실의 모든 직원에게 커피를 사 주는 데 5만 7천 달러를 쓴 일화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필립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첫 8년 동안 매년 승진했다. 이번 글에서 그는 "가족도, 적당한 노동시간도, 뛰어난 외모도, 동료보다 빠른 커리어 성장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자기계발식 약속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훌륭한 가족, 주 45시간 근무, 풍성한 머리숱, 그리고 동료보다 빠른 커리어 성장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꿈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팔고 있거나, 중요한 맥락을 빼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뉴스레터 운영자는 이 견해가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며, 이후 필립의 뉴스레터에서 워라밸을 지키면서 커리어를 쌓는 자신의 관점도 소개하겠다고 덧붙인다.
2. 빠른 성장의 세 요소: 운, 재능, 그리고 노력
필립은 빠른 커리어 성장을 결정하는 요소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 운(Luck)
- 재능(Talent)
- 끈기와 노력(Grit)
먼저 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는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에서 좋아했던 교수가 세르게이 브린의 아버지였다는 우연한 인연을 예로 든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자신이 큰 성공이나 부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점은 개인이 이런 우연 자체를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능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이나 유리한 타고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NBA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예를 들며, 키처럼 커리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서도 바꾸기 어려운 특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키가 큰 후보가 더 강한 리더로 인식되어 유리한 경향이 있다는 통계도 언급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노력이다. 필립은 노력에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특히 열심히 일하는 것, 즉 시간과 집중력을 투입하는 문제에 집중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똑똑하고, 똑같이 열심히 일한다면, 당신도 똑같이 평범한 것이다."
그는 평범함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고 분명히 한다. 어느 조직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평균적인 성과도 매우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평균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운과 재능에서 압도적 차이가 없는 한 동료보다 더 오래 일하거나, 더 집중해서 일하거나, 둘 다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더 운이 좋거나, 더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더 열심히 일하라."
3. '똑똑하게 일하라'는 조언에 대한 반박
필립은 장시간 노동을 비판할 때 흔히 나오는 주장들을 미리 검토한다. 그의 핵심 입장은 단순히 무작정 오래 일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똑똑하게 일하는 유능한 사람들 사이에서 차이를 만들려면 추가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열심히 말고 똑똑하게 일하라'
그는 이 문구가 매력적이지만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본다. 훌륭한 팀에서는 이미 모두가 효율적으로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따라서 "스마트하게 일하기만 하면 더 오래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그 조직이나 팀의 기준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속했던 모든 훌륭한 팀에서 똑똑하게 일하는 것은 이미 기본 조건이었다."
40시간 이후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
많은 사람이 포드 자동차 공장 노동자 연구를 인용하며 주 40시간을 넘기면 시간당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필립은 이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당 생산성이 다소 하락해도, 총생산량은 주 55~60시간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이후에는 실수가 늘어나 전체 생산량을 갉아먹을 수 있지만, 45시간 일하는 개발자가 40시간 일할 때보다 총량 기준으로 더 많은 결과를 낼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번아웃이 올 수 있다
그는 번아웃의 위험도 인정한다. 다만 지속 가능한 업무량의 한계는 사람마다 다르며, 자신의 한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부하 직원들이 워라밸을 이야기할 때, 실제로는 일 자체에 대한 흥미나 목적의식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한다.
즉, 단순히 근무 시간이 많아서만 힘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와 몰입을 느끼는지도 장기적으로 중요한 변수라는 뜻이다.
인간관계와 삶의 다른 즐거움을 잃는다
필립은 이 비판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다. 지나치게 일하면 연인·친구·가족과의 관계가 무너질 수 있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취미, 휴식, 삶의 풍요로움 역시 희생될 수 있다.
"커리어에서 더 빨리 나아가는 것과 삶의 다른 측면에서 더 깊어지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상충관계가 있다."
그는 커리어 성과가 다른 삶의 영역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광고가 약속하듯 모든 것을 동시에 얻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
4. 시험 준비과 마이크로소프트 시절의 극단적 몰입
필립은 자신의 성취가 타고난 지능보다도 오랜 시간의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느낀 경험을 소개한다.
대학 시절 그는 의대 진학을 준비했고, MCAT에서 당시 기준 40점을 받았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약 522점에 해당하며, 하버드 의대 학생의 중앙값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는 화학·생물·물리 분야의 대학 교재 9권을 최소 두 번씩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고 말한다.
주변 친구들은 시험 점수를 듣고 그의 머리가 좋다고 칭찬했지만, 그는 그 평가가 불편했다. 친구들이 자신과 똑같이 공부한 뒤에도 더 낮은 성적을 받았다면 재능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단순한 지능으로 설명하는 것은 긴 시간의 고독한 노력을 지워 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공의 주된 원인을 재능이라고 잘못 돌렸다. 하지만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은 혼자 오랜 시간 고되게 공부한 데서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처음 입사했을 때 그의 생활은 더욱 극단적이었다. 그는 사무실에 침낭을 두고, 매일 밤 11시까지 코딩했다. 이후 새벽 3시까지 잠깐 자고 다시 오전 6시까지 일했으며, 첫 회의가 있는 오전 10시까지 다시 잠들었다.
당시에는 취미도 없었고 가장 가까운 친구도 비슷한 시간 동안 일했기 때문에, 그는 그 생활이 자신에게는 지속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첫 8년 동안 매년 승진했다. 물론 운과 재능도 작용했겠지만, 주 45시간만 일하면서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그는 늦은 밤 청소부가 복도를 청소하는 동안 디버깅을 하며 얻었던 통찰을 기억한다. 같은 달에 팀에 들어온 동료보다 자신이 버그를 두 배 더 많이 수정했으며, 그런 새벽 시간의 진전이 없었다면 자신이 어떻게 같은 속도로 승진할 수 있었겠느냐고 묻는다.
5. 성공의 대가: 아들의 '캘린더 예약'
하지만 필립은 장시간 노동을 성공담으로만 포장하지 않는다.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에 치른 개인적 비용을 매우 아픈 기억으로 꺼내 놓는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 런던 엔지니어링 오피스를 이끌고 있었다. 그 사무소는 페이스북의 첫 해외 개발 거점이었고, 그는 미국 외 지역에서 최초로 E9로 승진한 페이스북 엔지니어였다. 돌이켜 보면 커리어의 정점 중 하나였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당시 일곱 살이던 아들이 가족이 산 북유럽식 체스 세트로 함께 놀자고 부탁했다. 필립이 "좋아"라고 답하자 아들은 그것을 캘린더에 넣어 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일정 등록이 끝날 때까지 지켜봤다.
"아들은 내가 그날 아침 출근하기 전에, 자신과 함께할 시간이 내 일정표에 확보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그 순간 필립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와 놀기 위해서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업무 일정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는 이 경험을 자신의 성공이 가족에게 남긴 대가를 깨닫게 한 "파괴적인 순간"으로 묘사한다.
그는 솔직하게 인정한다. 더 적게 일했더라도 결국은 비슷한 직급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족과 친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취미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즉, 빠른 성장과 높은 성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선택이 유일한 길이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6. 워라밸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자각
필립은 자신의 글이 커리어를 위해 무조건 긴 시간 일하라고 선동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e/acc, 즉 모든 것을 가속해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식의 태도를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자신보다 특별히 운이 좋거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고, 동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하면서도, 긍정적 사고와 몇 가지 요령만으로 남들보다 월등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환상이라고 본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커리어 성장을 원한다면,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장시간 노동이 반드시 옳다는 판단이 아니라, 그 선택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 희생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든, 바쁘게 살다 보니 무심코 발생한 것이든 피하기 어렵다.
"지름길은 없다."
그는 앞으로 긴 업무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 주간 일정과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후속 글에서 다루겠다고 예고한다.
7. '워라밸'의 진짜 의미를 보여 준 일화
각주에서는 필립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함께 일했던 팀원 팀(Tim)의 사례를 들려준다. 팀은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고, 평생의 열정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며 주당 근무 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고 싶다고 요청했다. 필립은 이를 지지했다.
그런데 팀은 이후 구글로 이직했다. 당시 2004년의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워라밸이 더 나빴다고 필립은 기억한다. 약 6개월 뒤 팀을 만난 필립은 자전거는 잘 타고 있는지 물었지만, 팀의 답은 예상과 달랐다.
"자전거요? 시간이 전혀 없어요. 아예 안 타요. 구글에서 하는 일이 너무 좋아요!"
필립은 이 일화를 통해 사람들이 "워라밸"을 말할 때 실제로는 단지 시간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현재 일에 대한 흥미를 잃었거나 더 몰입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문제일 수 있다고 시사한다.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만나면, 과거에는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여유 시간을 기꺼이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8. 마무리: 빠른 성장에는 대가가 있다
이 글의 핵심은 단순하다. 운과 재능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노력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동료보다 유난히 빠른 커리어 성장을 원한다면, 대체로 더 많은 시간·집중력·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가족, 관계, 취미, 휴식처럼 삶의 다른 중요한 부분을 희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필립의 결론은 "모두가 더 오래 일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떤 속도의 커리어를 원하는지, 그리고 그 대가를 감당할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정직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