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식노동자의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산업혁명과 비견되는 변화 속에서 무엇이 바뀌고 바뀌지 않을 것인가.


다음은 2014년 5월개발자의 역할에 대해 적은 글이다.

개발자는 자신의 일을 컴퓨터에 위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역사 속 리더들을 살펴보면 자기 수하들을 잘 다루는 자가 득세했다. 이제 바뀐 세상에서는 자본가가 수 천 수 만의 노동자를 고용해 이윤을 창출하듯 개발자가 수 천 수 만의 컴퓨터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고 경영해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부자의 정의를 당장 노동을 하지 않아도 부동산, 사업체, 이자 등으로 연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내려볼 때, 좋은 개발자란 당장 코딩을 하지 않아도 컴퓨터들이 자신의 일을 대신 하도록 상황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개발자를 가늠하려면 컴퓨터를 피고용인으로 가정하고 이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 피고용인을 맡을 수 있는지, 그들에게 비전 공유가 가능한지, 경영상 위기 관리 능력이 있는지 등을 상상해보면 된다. 부하를 믿지 못하는 상사는 마이크로매니징 하느라 항상 바쁘듯이 자동화 할 수 있는 노동을 컴퓨터에 위임하지 못하는 개발자는 그 노동 위의 한 차원 높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지 못하며 여기서부터 개발자와 좋은 개발자의 격차가 생겨난다.

이게 지금은 당연한 말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뜬구름 잡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 그렇다면 12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에게 개발자의 정의가 바뀌었는가? 아니다. 바뀌지 않았다. 개발자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 일을 컴퓨터에게 위임하고 경영한다는 렌즈로 바라보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세상이 되었을 뿐이다.


우리집 가훈은 "하면 된다"다. 나름 열심히 살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끝에 벼려낸 문구이고 우리 부부는 이 문구의 산증인이며 아이들에게도 알아듣건 못알아듣건 설명해준다.

창업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큰 목표 또는 높은 기준을 잡고 될 때까지 반복하고 누적하고 바꿔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될 때까지라는건 운을 만날 때 까지라는 건데 그 운을 만나기 전에는 깜깜한 밤하늘을 롤러코스터 타고 오르내리는 기분으로 불확실성을 온전히 겪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것만 하면 된다. 불확실성을 견디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온전히 운과 노력과 시스템을 쌓아가는 것. 이거면 된다. 내가 존경하는 페이스북의 Julie Zhuo는 "어떤 행동이 두렵다면 두려움을 없애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걸 100번 해라[1](https://briandwjang.substack.com/p/28d#footnote-1-188780229)" 라고 했다. 최강록 셰프도 말했다. "뭐든지 100번 하면 잘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안한다". 내 경험도 같다.

올해 1월 초 ralph-loop 스킬2이 소개되고 그 효과가 회자되었을 때 나는 우리집 가훈을 떠올렸다. 그리고 당시 AI 코딩 에이전트들이 잘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들을 내가 원하는 기준과 취향을 목표로 상세히 적어주고는 하는 일을 가만히 몇 시간이고 바라봤다. 시지프스 처럼 무한히 작업을 반복하며 끝내 목표에 가까이 가더라.

그렇다면 이제 100번 반복하는 고통은 AI에게 넘기고 우리는 편해지기만 할까? 아마 아닐 거다. 새 도구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언제나 그 도구를 한계치까지 밀어붙여 더 큰 불확실성에 도전해 왔다. AI가 내가 주저하던 100번의 실행을 대신해 준다면, 우리는 1,000번, 10,000번의 시도가 필요한 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도구가 좋아진 거지 인간 본성이 바뀐 건 없다.

이 변화에 압도되지 말자. 압도되면 몸이 굳는다. 완벽주의도 버리자. 완벽주의는 시작을 못한다. 기준만 높이면 된다. 높은 기준을 성취하는 방법은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불확실성을 견디며 될 때 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더 큰 꿈을 꾸고, 하면 된다.

1

"For whatever action scares you (and isn't life-threatening), remember this surefire way to eliminate the fear: do it 100 times." - Julie Zhuo, former VP of Product Design at Facebook

2

https://ghuntley.com/ra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