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의 주가 상승과 더불어 FDE(Fo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직군이 회자되고 있다. 고객사에 상주하면서 함께 문제를 찾고 구현하고 해결하는 엔지니어라는데 기존 SI 업계의 파견 엔지니어, 컨설팅 업계의 컨설턴트와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팔란티어는 그들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온톨로지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묘사한다. 세상의 존재들과 개념들을 엔티티, 관계(링크), 액션 등으로 분해하고 연결하여 일종의 디지털 트윈을 만든다. 여기서 여러 통계/확률/인과적 접근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임팩트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파운드리, AIP 등 여러 프로덕트들이 언급되지만 이것들만 갖고는 임팩트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안다. (삼성SDS라는 SI회사에서 일했었는데 여기도 솔루션 사업부가 있었다.) 솔루션이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곳에 그 해결책으로 파는거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곳에 솔루션이라며 제공했다가는 혹 하나 더 붙여주고 나오는 꼴이 된다.
그래서 팔란티어는 FDE라는 파견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보내 진짜 중요하고 풀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집요하게 파고들도록 한다. 이것이 팔란티어가 기존 컨설팅 회사들과 비교되는 이유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들의 한계가 있으니 이들은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발표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남은 자들이 몫이 되는데 이마저도 회사 중역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FDE는 문제를 정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로 인해 임팩트를 만드는 것 까지를 역할로 한다. SI의 파견 엔지니어는 ‘갑’이 낸 제안을 ‘을’로서 수행하는데 집중한다. 그래서 문제 정의는 일반적으로 그들의 역할이 아닌 것에 반해 FDE는 소통하고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솔루션을 시스템에 구현하며 임팩트를 함께 한다.
이를 이렇게 주도적으로 FDE가 할 수 있는데엔 역설적으로 온톨로지라고 칭하는 그들의 추상화 개념의 적극적 활용에 있다. 온톨로지화란 쉽게 말하면 엔티티 추출, 관계 추출, 액션 도출 등의 데이터화 및 인과관계화로 업무 및 조직 맥락을 반영한 의미적 데이터 모델링을 하는 것인데,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전직원이 매일 하는 일들을 이렇게 풀고 나열하고 입력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고객사와 소통하고 본사의 프로덕션 엔지니어와도 협업하며 온톨로지 구축 및 임팩트 구현을 원활히 하려다보니 FDE라는 파견 엔지니어 겸 컨설턴트가 매우 중요한 축이 된 것이다.
AI/ML/LLM의 눈부신 발전으로 개발과 코딩이 쉬워진 상황에서 FDE는 더욱 빛을 발한다. “세상의 중요한 것들은 인터넷에 없다. 나가서 찾아야 하고 이거 사람 밖에 못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코딩이 쉬워질 수록 인터넷과 LLM에 없는 세상의 중요한 것들을 직접 사람이 찾아나서고 시스템에 넣어줘야 하는데 이게 팔란티어의 FDE가 고객사에 들어가 하는 일이다.

FDE로 입사하게 되면 읽으라고 주는 책 중에 ‘Impro’라는 책이 있다. 1979년에 영국의 극작가 Keith Johnstone이 ‘즉흥연기’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지위 (Status)’라는 챕터에서 어떻게 나의 지위를 고객 보다 높게 또는 낮게 은연 중 그러나 의도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즉흥 (Spontaneity)’이라는 챕터에서는 왜 No라고 시작하지 않고 Yes, and… 라고 답을 이어나가야 긍정적 즉흥성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지 설명한다. 이어 ‘이야기 만들기 기술 (Narrative Skills)’, ‘가면 쓰고 의식변환 (Masks and Trace)’ 챕터가 이어진다.

이것들 하나하나가 FDE로 고객사에서 어떨 때는 그들을 이끌고 어떨 때는 그들에게 순응하고 어떨 때는 그들에게 씨앗을 심으며 임팩트를 향해 나아가는 스트레스풀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방법론을 제공해준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로 먼저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을 만큼 유용해 보였다.

실제로 팔란티어 FDE을 거치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 내가 개발을 잘하는데 이렇게 FDE로 훈련받고 고객과 함께 승리하는 경험을 다수 하며 성장한다면 창업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똑부러진 사회 초년생이 FDE로 대기업에 파견되어 큰 프로젝트를 인상 깊고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마지막 날 회식 때 “여러분들이 나를 성장하게 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분명 힘들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렸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값진 압축된 성장이었을 것이다.
난 삼성 공채 합숙 교육인 SVP 때 디지털 카메라 몇 개 쥐어주고 버스로 모르는 곳에 떨겨준 다음 다 팔면 복귀하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무턱대고 근처 학교 등에 들어가 선생님들에게 나름 논리적이고 집요하게 팔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잘 팔렸다. 이 작은 성공 경험이 나를 고객을 만나러 다니는 창업가로 크게 했다.
AI의 시대, 새롭게 FDE 처럼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고 사람의 역할은 문제를 찾고 그에 대한 적절한 컨텍스트를 충분히 넣어주는 일이다. 인터넷에 없는 세상의 중요한 것들을 나가서 찾는 사람. 거기에서 기회를 광부처럼 캐내는 사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