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 팀장들은 왜 이렇게 무력할까요?”
실리콘밸리와 한국 기업들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같은 팀장이고 관리자인데 왜 이렇게 다른지. 한국 팀장들이 무능해서? 아닙니다. 구조가 다릅니다.
팀장이란 뭘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팀장은 이런게 가능합니다.
“지난 분기에 팀원 두 명 정리하고 링크드인에서 시니어 2명 직접 스카우트했음. 프로젝트 예산 20만 달러 확보했고 이번에 초기 서비스 런칭함.”
같은 시기 한국 기업의 팀장은 어떨까요. 성과가 부진한 팀원이 있어도 HR에 “면담 요청”만 할 수 있습니다. 신규 인력? “T/O가 없습니다.” 새로운 시도? “올해 관련 예산이 없습니다.”
같은 팀장이지만 한 명은 자신의 팀과 예산으로 성과를 만들어나가고 다른 한 명은 경영진이 의중을 해독하여 팀원에게 전달하는 비싼 메신저입니다.
권한의 두 축, 인사권과 예산권
리더로서의 성장은 두 가지 권한이 적절히 주어졌을 때 가능하더군요.
첫째, 인사권.
실리콘밸리 매니저는 자기 팀을 직접 만듭니다. 팀의 목적 확실히 하고, 채용하고, 필요하면 PIP 진행하고 해고도 합니다. 팀이 곧 매니저의 작품이죠.
한국 팀장은 주어진 인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채용은 HR이 주도하고 팀장은 면접관 정도. 성과 저하자가 있어도 “참고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둘째, 예산권.
실리콘밸리 매니저는 시장과 고객에게 임팩트를 만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로드맵에 따라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합니다. 팀/조직 마다 경영진이 스폰서로 배정되어 있고 회사의 업과 방향에 맞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임팩트 못내면 매니저와 그가 만든 팀이 함께 정리가 되지 예산이 없어 시도 못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국 팀장은 위에서 내려온 과제를 팀원들에게 분배합니다. 새로운 시도? “전례가 없다”며 반려. 예산 집행? 경직된 프로세스를 따라야 합니다. 한국 기업에서 권력을 가진 대표적인 조직이 인사와 재무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AI가 바꾸고 있다?
사람에게 일을 시켜야만 했던 시대에서 AI에게 일을 시키거나 AI와 함께 일을 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사람을 통해 일을 해야 했기에 사람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이 필요했던 것이고, 사람은 인건비고 인건비는 시간 당 고정 지출이기에 예산도 그에 비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역할 자체가 없어지거나 팀장이 아닌 경영진만의 업무로 남을 수 있습니다. 팀장이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팀원들과 예산 승인이 이제 필요치 않을 수 있습니다. 실행을 위해 필요한 권한이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AI 시대 팀장의 리더십이 재정의 된다면 예를 들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Before: People Manager
- 팀원들에게 업무 할당
- 진척 상황 체크
- 성과 평가와 피드백
After: AI 오케스트레이터
- AI 에이전트에게 작업 설계
- 컨텍스트 엔지니어링과 워크플로우 구성
- 직접 실행하고 결과로 증명
권한 없는 리더들에게
권한이 없던 젊은 리더들에게 이건 역설적 기회입니다. 기존 시스템이 주지 않는 권한을 AI를 통해 우회적으로 획득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만약 AI를 통한 기존 업무들의 워크플로우 자동화, 에이전트로의 위임을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상태라면 작게라도 시작해보세요.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리더십 격차는 여전히 크다고 생각하지만, AI 시대에는 그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우회로가 생겼습니다.
사람 관리가 점차 가짜 업무가 되어갈 수 있습니다. 팀 마다 당연했던 선행지표 개선 루틴 보다 AI와 함께라면 임팩트라는 후행지표를 더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는지 검토할 타이밍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