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코드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일을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지만,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의하고 좋은 해결책을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재욱 교수는 AI 시대의 컴퓨터공학이 단순한 코딩 교육을 넘어 문제 정의, 알고리즘적 사고, 데이터 기반 사고, 비판적 검토와 설계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AI는 모두에게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 작은 프로젝트부터 AI를 직접 활용하며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1. AI가 바꾸고 있는 코딩과 개발 현장
영상은 "앞으로 인간이 손가락으로 직접 코딩할 필요가 없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진행자는 AI가 단순히 코드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사람의 개입 없이도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자연어로 AI에게 지시하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일은 거의, 어쩌면 완전히 자동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이자 AI 연구기관장을 맡고 있는 이재욱 교수가 초대된다. 이 교수는 AI 분야에서도 특히 인프라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코딩을 계속 접하고 있는 연구자다.
그는 최근 AI가 코딩을 매우 잘하게 되면서 컴퓨터공학 교육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기반한 프로그래밍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이 직접 고민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학습했지만, 지금은 AI 도구를 활용해 과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예전에 내던 과제들은 이제 학생들이 AI 도구를 사용해서 쉽게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제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가 큰 고민이 됐습니다."
교수 본인의 연구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논문을 쓰거나 코드를 만들고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직접 글과 코드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읽고 검토하고 비판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초안으로 만들고 무언가를 작성하는 일은 AI 덕분에 쉬워졌지만, 그 결과가 정말 타당한지 판단하려면 사람이 내용을 꼼꼼히 읽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쓰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면,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읽고 비평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뿐 아니라 비판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2. 인간이 직접 코딩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까
진행자는 조금 더 극단적으로 질문한다. 미래에는 인간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코드 작성 과정에서 자동화되는 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거의 100%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코드를 작성하는 부분은 계속 자동화되고 있고, 거의 100%까지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여전히 해야 할 핵심 업무는 무엇을 구현할지, 코딩을 통해 무엇을 달성할지 결정하고 정의하는 일이다. AI가 코드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이 교수는 AI와 함께 일하는 모습을 일종의 팀 관리에 비유한다. 앞으로 개발자는 AI 에이전트들에게 여러 업무를 나누어 맡기고, 전체 작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엔지니어링 경험 없이 좋은 관리자가 되기 어렵듯이, 코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AI에게 일을 잘 지시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AI와 일하는 것은 팀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에이전트들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일이지만, 엔지니어링 경험 없이 좋은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에게 남을 중요한 일은 다음과 같다.
-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 해결할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 여러 업무를 나누고 역할을 배분하기
- AI가 내놓은 결과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 필요한 경우 방향을 수정하고 개선하기
반면 문제와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진 뒤의 구현과 반복적인 개선 작업은 상당 부분 AI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개발자를 먼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도 설명한다. AI를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고, 인터넷에는 방대한 양의 코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었다. 코드에는 논리적 구조가 있기 때문에 AI가 학습하기에도 비교적 유리했다.
"인터넷에는 엄청난 양의 코드 데이터가 있고, 코드에는 논리적 구조가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AI가 소프트웨어와 코딩을 먼저 잘하게 만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3. 바이브 코딩의 가능성과 치명적인 한계
최근에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개발자가 코드를 한 줄 한 줄 직접 작성하기보다,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AI가 코드를 만들도록 하는 방식이다. 클로드 코드나 코덱스 같은 도구를 사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본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바이브 코딩이 기본적인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한다. 실제 사례로 광진구청의 한 공무원이 복잡한 행정 규정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 AI를 활용한 챗봇형 시스템을 만든 일을 소개한다. 여러 법령과 규정을 비교해 질문에 답해주는 시스템을 바이브 코딩으로 만들었고, 이처럼 구체적인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이브 코딩은 실제 업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합니다. 기본적인 프로토타입은 꽤 잘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과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코드가 95%의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나머지 5%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실제 서비스에서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융이나 보안처럼 작은 오류도 큰 피해로 이어지는 분야에서는 99%의 정확도조차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95%의 확률로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도, 나머지 5%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100억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1%의 오류가 발생한다면, 1억 명이 잘못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AI가 만들어준 코드가 실행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예외 상황, 보안 취약점, 성능 문제, 데이터 오류까지 검토해야 한다.
바이브 코딩의 또 다른 문제는 사용자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주면, 사용자는 자신이 프로그램을 잘 만든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 코드가 왜 작동하는지, 언제 실패하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모를 수 있다.
이 교수는 AI 모델의 능력이 사용자의 학습 속도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현상을 '능력 과잉' 또는 capability overha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AI의 기능은 빠르게 늘어나지만 사람의 활용 능력은 그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평균적인 사용자 사이에 생산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특히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 AI로 어떤 종류의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 AI가 무엇을 잘하지 못하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알기
"AI를 잘 쓴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와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모두 이해하는 것입니다."
결국 AI 도구 자체의 성능보다, 사용자가 문제의 성격과 AI의 한계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4. AI 시대의 과제와 컴퓨터공학 교육
AI가 과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교육 방식은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과거에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고 학생들이 직접 풀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충분한 자료가 있고 AI가 이를 학습하면, 이런 문제는 AI가 높은 정확도로 풀 수 있다.
"예전에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냈던 문제들은 이제 AI가 100% 정확도로 풀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은 더 이상 좋은 학습 도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단순한 중간 전달자가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교수가 문제를 내고, 학생이 그 문제를 AI에 입력한 뒤, AI가 답을 만들면 학생은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교수가 문제를 내고 AI가 풀어주면, 학생은 일종의 고급 택배 기사처럼 되는 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 진짜 학습은 크게 두 곳에서 발생한다. 하나는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의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과정이다. AI가 해결 과정을 대부분 맡는다면, 학생은 적어도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계산기가 있다고 해서 기본적인 산수와 곱셈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본 개념을 알아야 계산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런 기초 지식을 지식의 문턱이라고 설명한다.
"계산기가 있다고 해서 기본적인 산수나 곱셈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려면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교육 방식은 다음과 같이 바뀔 수 있다.
- 기본 개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과 퀴즈 활용하기
- 학생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도록 하기
-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설계형 과제 내기
- 최소한의 조건만 제시하고 학생이 해결책을 만들게 하기
- 결과물을 발표하고 서로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하기
예를 들어 교수는 학생들에게 세부적인 문제를 미리 정해주기보다, 최소한의 제약만 제시하고 "이 조건에서 어떤 문제를 설계해볼 것인가"를 고민하게 할 수 있다.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직접 만들고 해결하면서 학생들은 문제 정의 능력과 창의적인 설계 능력을 기를 수 있다.
5. 그래도 컴퓨터공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진행자는 "코딩을 AI가 대신한다면 굳이 컴퓨터공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이 교수는 컴퓨터공학의 본질이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데 있지 않다고 답한다.
"컴퓨터공학은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해 그 문제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분야입니다."
컴퓨터공학은 복잡한 문제를 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이를 체계적인 절차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가르친다. 그는 특히 두 가지 사고방식을 핵심으로 꼽는다.
알고리즘적 사고
복잡한 일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더 단순한 단계들로 나누어 해결하는 방식이다. AI가 코드를 생성하더라도, 문제를 어떤 단계로 나눌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데이터 기반 사고
데이터의 분포를 분석하고,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통찰을 얻는 방식이다. AI가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어도, 어떤 데이터를 사용할지,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알고리즘적 사고와 데이터 기반 사고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계속 필요한 능력입니다."
따라서 코딩을 직접 작성하는 일이 줄어들더라도 컴퓨터공학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하고, 해결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능력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6. 개발자의 미래와 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전망
AI가 개발자의 일자리를 모두 없앨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함께 존재한다. 하나는 제본스의 역설과 관련된 전망이다. AI 덕분에 코딩이 쉬워지면 코딩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프로젝트가 더 많이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코딩이 거의 전부 자동화되면 인간 개발자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교수는 현실은 아마 그 중간쯤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
"AI가 코딩을 쉽게 만들면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인간의 코딩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과거 은행에 ATM이 도입됐을 때의 사례를 든다. 당시에는 은행 창구 직원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이 고객 상담이나 전략 업무, 투자 관련 업무 등 새로운 역할로 이동했다. 기술이 기존 업무를 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업무와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AI 역시 개발자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총량을 늘리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다.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AI를 활용해 더 큰 문제를 해결하면서 산업 전체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신입 개발자와 초급 개발자가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AI가 과거 주니어 개발자들이 담당하던 단순 구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엔트리 레벨 개발자들이 업계에 진입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교육기관과 기업,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 교수가 현재 스무 살이고 2026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신입생이라면 다시 컴퓨터공학을 선택할 것인지 묻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고 답한다. AI가 모두에게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경력자와 신입생 사이의 출발선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I의 변화는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새롭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든 혁신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이 오히려 혁신의 공간이 넓어진 시기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시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7. 미래의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
AI 시대에도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과거보다 그 자체의 가치는 다소 낮아질 수 있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일이 AI로 자동화되더라도, 개발자가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AI에게 정확한 업무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초 기술과 핵심 개념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훌륭한 엔지니어링 매니저들이 대부분 풍부한 실제 엔지니어링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코딩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AI에게 일을 제대로 나누어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앞으로 개발자는 AI에게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AI 도구와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배분하고 전체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역량이 중요하다.
-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기본 원리 이해
- 코딩과 핵심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
-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의하는 능력
- 좋은 해결책과 나쁜 해결책을 구분하는 판단력
- AI가 만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 실제 사용자의 필요와 산업 현장을 이해하는 능력
이 교수는 좋은 해결책을 알아보는 감각을 기르려면 직접 많은 것을 만들어보고, 때로는 결과물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좋은 결과가 아닌지 경험해야 좋은 해결책을 구별하는 안목과 취향, 즉 '감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만들어보고, 그중 많은 것을 버려봐야 합니다.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분별력과 감각이 생깁니다."
8. AI 네이티브 교육과 새로운 개발자상
이 교수는 컴퓨터공학 교육과정도 AI 네이티브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AI를 일부 수업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AI 도구의 활용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AI를 활용하면 예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단순한 코드 작성에 머물기보다 다음과 같은 활동을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 문제를 정의하고 범위를 설정하기
-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조를 설계하기
- 실제 프로젝트를 완성해 출시해보기
- AI가 만든 코드와 디자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 다른 학생들의 결과물과 비교하며 개선점 찾기
- 최소한의 조건 안에서 창의적인 해결책 만들기
"AI 도구를 사용하면 예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과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설계와 문제 설정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업무를 전달하는 비교적 위계적인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I 덕분에 한 사람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훨씬 쉽게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교수는 이런 사람을 '프로덕트 매니저-개발자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개발자상이라고 설명한다.
"무슨 문제를 풀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획자와 개발자의 결합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AI 활용 경진대회에서 우승하는 사람들을 보면, 단순히 기술을 잘 다루는 것보다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문제를 잘 정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미래에는 도메인 지식과 기술 활용 능력의 결합이 중요해진다.
"특정 산업이나 직무를 이해하고, 실제 필요에 기반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9. 비전공자는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거창한 공부보다 작고 현실적인 프로젝트를 AI와 함께 해결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나 업무 중에서 "이것도 AI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고, 직접 AI 도구를 사용해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대한 서비스를 만들 필요는 없다. 작은 자동화 작업, 문서 정리, 데이터 분석, 간단한 웹페이지 제작처럼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아주 작고 현실적인 프로젝트부터 AI 도구를 사용해 해결해보세요."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AI가 어떤 작업에 강하고 어떤 작업에 약한지, 어떤 식으로 질문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 결과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생긴다. 이 감각은 단순한 사용법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 작은 문제를 AI로 해결해보기
- 결과가 왜 잘 나왔는지 또는 왜 실패했는지 확인하기
- AI의 한계와 오류 유형 파악하기
-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도하기
-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활용법 만들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컴퓨터공학을 정식으로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AI를 도구로 활용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출발선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현재의 AI 변화가 인류에게 매우 큰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를 방문한 한 인사가 AI를 '위대한 평준화 장치(The Great Equalizer)'라고 표현한 것을 인용하면서, AI가 모두에게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비슷한 출발선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AI의 변화는 모두에게 새롭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어줍니다."
물론 AI가 모든 격차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문제를 발견하는지, 결과를 얼마나 잘 검증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격차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경력이나 기존 지위와 관계없이 혁신을 이끌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고 본다.
그는 변화에 소극적으로 저항하기보다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인간 중심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 중심의 기술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컴퓨터공학부는 단순히 코딩을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다.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하고, 이를 해결 가능한 형태로 바꾸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방식을 훈련하는 학문이다.
"컴퓨터공학은 단지 코딩을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하고 해결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는 문제 해결 방법을 가르치는 학과입니다."
따라서 코딩을 덜 하게 되는 미래에는 컴퓨터공학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바라보고 구조화하고 해결하는 사고의 틀을 길러주는 학문으로서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결론이다.
"오늘날 코딩을 예전보다 덜 한다고 해서 컴퓨터공학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학과의 궁극적인 가치는 사고의 틀을 기르고, 그것을 다른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오히려 더 중요한 학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