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화는 YC의 대표 개리 탄(Garry Tan) 이 과거 실수에서 배운 창업 원칙과, AI가 바꾸는 스타트업·조직·사회 운영 방식을 폭넓게 이야기한 내용이다. 핵심은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이 직접 아는 문제와 사람을 믿고, AI 에이전트를 통해 작은 팀도 과거 대기업 수준의 실행력을 갖출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만 변화는 기술 성능만으로 즉시 오지 않으며, 인간 조직과 제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적응할 것이라고 본다.
1. 침체기에서 배운 교훈: 유행이 아니라 직접 아는 것을 택하라
개리 탄은 2003년 스탠퍼드를 졸업했을 때를 떠올린다. 당시에는 닷컴 버블 붕괴 직후여서 베이 에어리어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스타트업에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Mobile과 Expedia 정도였고, 학자금 대출도 있던 그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어갔다.
그 시절 분위기는 오늘날과 달리 "테크 산업이 끝난 것 같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기술 업계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높은 지위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때가 사실은 웹과 소셜 분야에 가장 깊게 뛰어들어야 할 시점이었다고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들은 웹은 끝났다고 했지만, 그때야말로 웹과 소셜을 해야 할 완벽한 시점이었어요."
그는 당시 자신이 이미 웹 프로그래밍 경험을 많이 갖고 있었음에도, "다음으로 뜰 것은 모바일"이라는 시장의 말에 휩쓸려 웹을 떠났다고 회상한다. 모바일 전망 자체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사랑하던 분야를 포기한 판단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개리는 이것을 오늘날 창업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교훈으로 정리한다. 투자자에게 흔히 받는 질문, 혹은 창업가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인 "지금 뭐가 뜨나요? 뭘 해야 하나요?"가 애초에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이다.
"그건 잘못된 질문이에요. 올바른 질문은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지? 내가 남들과 다르게 아는 것은 뭘까?'입니다."
그가 Startup School에서 강조해 온 표현인 "Don't LARP", 즉 남들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창업가·투자자·테크 종사자의 역할을 연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여기에 연결된다. 진지함과 솔직함, 즉 earnestness는 순진함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믿는 용기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블로그 글이나 트위터 글이 당신을 반박한다고 해도, 당신은 직접 경험한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해요."
2. 실리콘밸리의 진짜 출발점: 이상하고 진지한 주변부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왜 늘 불안과 경쟁, '나는 뒤처졌다'는 감각을 낳는지 이야기한다. 개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정보의 유통과 평판 경쟁에 쓰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짜 흥미로운 기회는 대개 모두가 보는 중앙이 아니라 이상한 주변부(fringe) 에서 나온다.
개리는 개인용 컴퓨터가 모든 책상과 가정에 놓일 것이라는 비전도 처음에는 당연한 상식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당대의 주류 엘리트라기보다, 자기만의 집착을 따라가던 외부자들이었다.
"컴퓨터를 만든 사람들은 사실 주변부의 이상한 펑크들이었어요."
"Homebrew Computer Club은 사람들이 멋져 보이려고 가는 곳이 아니었죠. 그냥 '내 컴퓨터를 갖고 싶다'는 이상한 집착을 따라간 거예요."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그 대화의 끝을 찾을 수 있는가?"를 든다. 정말 흥미로운 문제는 조금 파고들었다고 지적 한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화의 가장자리를 찾을 수 있어도, 생각할 거리의 가장자리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런 '나와 같은 사람'을 더 빨리 찾게 해주는 힘이 있다. 과거에는 학교나 지역 사회에서 정해진 한 가지 방식으로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Reddit, X, Instagram 등에서 아주 특이한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을 즉시 만날 수 있다.
"이제는 자기 부족을 거의 즉시 찾을 수 있어요."
개리가 말하는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그래서 주류의 트렌드를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스스로는 진지하게 믿는 문제, 그리고 그 문제를 함께 믿는 사람을 찾는 데 있다.
3. 팔란티어를 거절한 실수와 '지도' 대신 '현장'을 보는 법
개리는 자신의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로 초기 팔란티어 합류 제안을 거절했던 일을 들려준다. 스탠퍼드 시절 친구였던 조 론스데일과 스티븐 코언은 피터 틸의 헤지펀드에서 일하고 있었고, 팔란티어를 시작하면서 개리를 영입하려 했다. 심지어 피터 틸은 그에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연봉과 같은 7만 달러짜리 수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개리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승진할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했다.
"저는 '감사합니다, 틸 씨. 하지만 올해 레벨 60으로 승진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죠."
그는 실제로 승진했지만, 그 선택을 지금 기준으로는 "20억~40억 달러짜리 실수"라고 표현한다. 물론 단순히 경제적 기회를 놓친 아쉬움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또다시 시장의 평판, 안정된 경력 경로, 남들이 보기에 '좋은 선택'을 따라갔고, 정작 자신이 직접 알고 있던 뛰어난 사람들과 문제를 믿지 못했다고 본다.
"저는 지도를 보고 거꾸로 판단하고 있었어요. 현장을 내려다보며 판단하지 않았죠."
여기서 지도(map) 는 사회적 평판, 투자자의 견해, 산업의 통념을 뜻한다. 반면 현장(territory) 은 자신이 직접 만난 사람, 실제 사용자가 겪는 문제, 구체적 기술의 가능성을 뜻한다. 당시 팔란티어가 바라본 것은 워싱턴의 정부기관과 정보기관이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컴퓨터 과학자들이 만들 수 있는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개리는 이런 직접 관찰이 과학자의 태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논문이나 통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험과 당사자의 경험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실험을 들여다보고, 그 일을 겪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비밀 지식을 얻게 됩니다."
그가 팔란티어 경험에서 얻은 또 하나의 인상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내 인생에서 멋진 모든 것은 일종의 컬트였어요."
여기서 '컬트'는 맹목적 집단이라는 부정적 뜻보다, 기존 정설에 맞서는 어떤 강한 진실과 믿음을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를 말한다. 위대한 회사나 운동은 대개 처음에는 낯설고, 과장돼 보이고, 주류와 어긋나 보인다는 것이다.
4. YC가 만드는 기회: 테크 외부자에게 주어지는 출생권
개리는 Y Combinator가 실리콘밸리에서 특별한 이유는, 원래는 '올바른 학교·인맥·파티'에 접근할 수 있던 사람들만 진입할 수 있던 세계를 훨씬 열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베이에 와서 적절한 사람을 만나고, 알맞은 모임에 초대받으며,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뚫어야 했다.
YC 내부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약간 비꼬는 뜻으로 "씬스터(scenesters)" 라고 부른다. 즉, 실제로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장면'과 인맥에만 능숙한 사람들이다.
YC의 방식은 훨씬 단순하다. 웹사이트의 질문에 답하고, 짧은 영상을 제출하면, 실제로 창업을 해 본 빌더들이 그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평가한다. 개리는 이것을 "테크를 위한 출생권(birthright for tech)" 이라고 표현한다.
"어디 출신인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는 YC가 해마다 수천 명을 샌프란시스코로 불러들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 과정이 단지 투자나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특히 창업은 외롭기 때문에, YC의 핵심 가치는 어려운 현실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동료 집단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최고 고객을 잃은 날, 최고의 엔지니어가 퇴사한 날, 공동창업자가 희망을 잃었는데 당신은 희망을 잃을 수 없는 날에는 누구에게 전화하겠어요?"
겉으로는 모두가 "잘되고 있다"고 말하는 테크 행사와 달리, 창업가는 실패와 공포, 관계의 균열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YC가 외부자를 내부자로 바꾸는 과정은 단지 브랜드를 부여하는 일이 아니라, 실행의 기준과 진솔한 관계망을 제공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5. AI 시대 창업가: 혼자서 400명이 될 수 있다
대화는 AI가 바꾼 창업의 경제학으로 넘어간다. 개리는 전통적으로 공동창업자가 있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어 왔다고 말한다. 두 번째 사람이 첫 번째 사람의 믿음에 합류할 때, 단순한 개인의 행동이 공동의 움직임이 되는 것처럼, 공동창업자는 회사에 중요한 추진력과 검증을 제공한다.
하지만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과 에이전트 기반 개발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제 한 사람이 과거의 자신보다 수백 배 큰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이제 어떤 한 사람은 2년 전, 아니 9개월 전의 자기 자신 400명이 될 수 있어요."
그는 이것이 창업가가 더 작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야심 차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창업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야심 차야 합니다."
다만 과거 성공 공식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좌석당 과금 방식의 전통적인 SaaS는 앞으로 5~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독립적 강점을 유지할지 불분명하다고 진단한다. SaaS를 시작점이나 고객 진입 경로로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결국 데이터·네트워크 효과·독자적 운영 체계 같은 더 강한 해자(moat) 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에 순수 좌석당 SaaS를 한다면, 데이터나 네트워크 효과 같은 해자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야 합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코드가 더 이상 희소하고 귀한 자산이 아니라는 사실이 있다. 예전에는 제품 사양, 엔지니어 확보, 품질보증, 테스트 등 수많은 준비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를 즉시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다.
"예전에는 PM이 되어 명세를 쓰고, 엔지니어를 구하고, QA를 걱정해야 했죠. 이제는 'QA 해줘'라고 하면 됩니다."
개리는 처음부터 거대한 사업을 만들려 하지 않고, 그저 재미로 여러 AI 도구를 만들어 봤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속 직접 사용하면서 직관이 쌓였고, YC 파트너들의 오피스아워 녹화 데이터에서 창업가의 야심을 끌어올리는 대화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 조언을 위한 마크다운 프롬프트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술을 진지하게 '공부만' 하려 하지 말고, 사소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포함해 직접 써 보라는 태도다.
"모든 모델을 써 보고, 새 기술을 배우기 위한 틀로서 아주 사소한 것들을 만들어 보세요."
AI 시대에는 실행력(agency) 과 취향(taste) 의 가치가 오히려 커진다. 그리고 그것은 타고난 소수만의 능력이 아니라, 계속 만들고 수정하고 선택하면서 기를 수 있는 역량이라고 본다.
"그 능력은 연습으로 좋아집니다. 그냥 해 보고, 계속 행사하는 방식으로요."
6. 마크다운 파일이 직원이 되는 조직
개리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조직 운영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만든 도구와 실험을 예로 든다. 그는 검색·기억·검색증강생성(RAG)을 결합해 에이전트가 과업에 필요한 대규모 맥락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충분한 토큰과 컴퓨팅 자원을 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는 고성능 에이전트를 최대 수준으로 활용하는 데 연간 5만~10만 달러가 들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CEO나 창업가에게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비용이며, 그렇게 하면 사실상 미래의 작업 방식을 오늘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2028년을 오늘 살게 됩니다."
이 접근의 핵심은 어떤 일을 한 번 잘 수행한 뒤, 그 과정을 마크다운 문서 + 코드 + 테스트로 저장해 재사용 가능한 기술(skill)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정기 실행 작업에 연결하면, 사람이 반복하던 업무가 자동화된다.
"마크다운 파일 하나가 직원입니다."
"그 직원은 매번 일을 완벽하게 하고, 원하는 만큼 여러 번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에이전트의 결과가 나쁘고 비용도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창업가가 "여기가 틀렸다", "이 부분을 고쳐라"라고 빠르게 피드백할 수 있으면, 실행 기록 자체가 더 나은 스킬 파일로 축적된다. 미래에 다시 실수하더라도 그것은 일회성 실패가 아니라 영구적으로 수정되는 버그 수정이 된다.
이 방식은 개발만이 아니라 판매, 마케팅, 고객지원 등 거의 모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개리는 실제로 소수 인원과 수백 개의 에이전트 스킬 파일만으로 수개월 안에 연간 반복 매출 1,500만 달러 규모까지 도달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스킬 파일과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어떤 정보가 어디서 왔고 언제 갱신됐는지를 관리하는 출처(provenance) 와 충돌 관리가 중요해진다. 서로 다른 두 사실이 있을 때 더 최근의 것, 더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것을 선택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개리는 특히 30~40대 창업가가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이미 여러 조직과 기업 운영의 문제를 겪어 봤기 때문에 무엇을 자동화해야 하는지 안다. 그런 경험 많은 사람 한 명에게 에이전트가 붙으면, 과거의 그 사람 수백 명이 일하는 것과 비슷한 능력이 생길 수 있다.
7. 갈등과 관료주의를 줄이는 에이전트
두 사람은 조직에서 갈등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감정적 충돌은 피곤하지만, 서로 다른 접근법을 시험하고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건설적 갈등은 필요하다. AI 시스템은 이를 인간의 자존심이나 정치적 계산에서 분리해 더 많이 실험하게 만들 수 있다.
개리는 Brex의 페드로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OpenClaw 같은 에이전트를 적극 도입했고, 보안 위험을 줄이기 위해 네트워크 트래픽과 에이전트 행동을 감시하는 오픈소스 계층도 만들었다. 특히 에이전트가 자신의 직속 보고자들이 진행한 회의록을 분석하게 해,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도 어떤 문제가 생기고 누가 충돌하는지 파악한다.
"그는 회의에 들어가서 '당신이 맞아요. 당신 방식대로 합시다'라고 말하고 바로 나올 수 있어요."
이는 단순히 편리한 관리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커질수록 한 사람의 머릿속에 회사 전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근본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에이전트의 기억과 검색 능력은 회의록, 업무 흐름, 실제 데이터에서 맥락을 끌어내 경영자에게 제공한다.
"사람은 한 번에 일곱 개 정도의 것만 머릿속에 담을 수 있죠. 하지만 당신과 에이전트는 해리 포터 책 세 권 분량을 머릿속에 둘 수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과 정부가 인간의 제한된 기억력과 느린 의사소통을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AI가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싸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10배·100배·1,000배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고,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이상은 테크가 완벽한 세상을 약속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서비스, 더 인간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료주의의 비효율을 보여 주기 위해 개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절 일화를 꺼낸다. Windows Mobile 팀이 Windows 팀에 버그 수정을 요청했지만 이메일은 무시됐고, 결국 PM 멘토와 함께 야구방망이까지 들고 찾아가야 했다. 실제 폭력을 쓰려는 의도라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조직의 황당함을 보여 주는 이야기다.
"이메일에 답도 안 하고, 버그도 안 고치고, '수정하지 않겠다'고 표시조차 안 했어요. 그래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가야 했죠."
"스타트업은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모든 스타트업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는 중간 관리층의 상당 부분이 에이전트로 대체되거나 보조될 수 있다고 본다. 경영진은 방향을 정하고, 개인은 실제 실행을 하되, 업무 조율·의존성 파악·충돌 해결·상태 추적을 AI가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몇 달 걸리던 제품 출시가 며칠 안에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AI는 사람을 단순히 'API 아래'에서 정해진 지시를 수행하는 존재로 만들기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개선 권한을 줄 수 있다. 그는 도요타 생산방식처럼 실제 작업자가 생산 라인을 개선할 권한을 가졌던 사례를 언급하며, 가장 많은 맥락을 가진 사람이 시스템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8. 변화는 빠르지만, 사회는 생각보다 느리다
AI가 너무 빨리 모든 사무직을 없애고 영구적 하층계급을 만들 것이라는 비관론에 대해, 개리는 오히려 인간 조직의 느림이 긍정적 요인, 즉 "화이트 필(white pill)" 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느릴 겁니다."
기업의 관료주의, 제도의 복잡성, 중간관리 구조, 제한된 인간의 주의력 때문에 강력한 AI가 존재한다고 해서 조직 전체가 즉시 바뀌지는 않는다. 정부도, 대기업도, 사회 전체도 느리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주는 현실적인 완충 장치라고 본다.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느리고, 정부도 느리고, 세상의 모든 회사도 생각보다 느립니다."
젊은 세대는 ChatGPT가 등장한 시대에 성인이 된 AI 네이티브 세대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며 일하고 만들겠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방식이 사회 전반의 기본값이 되기까지는 약 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개리는 예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조직의 구조적 해자와 기존 시스템의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가의 기회는 모든 기존 회사를 즉시 대체하는 데만 있지 않다. 기존 시스템이 느리게 변하는 틈에서, 더 빠르고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데 있다.
9. 다음 컴퓨터와 소비자 AI의 경쟁
다음 컴퓨터가 어떤 모습일지 묻자, 개리는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컴퓨터 형태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음성 중심 인터페이스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단순히 말을 알아듣는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의 맥락과 기억을 지속적으로 이해하는 존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희망, 두려움, 욕망을 알고, 그 방식으로 당신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의의 무언가를 원하게 될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사용 능력, 장기 기억, 화자 구분, 정보 수집과 정리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 현재 사람들은 ChatGPT나 Claude의 기능에 만족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깊은 맥락과 개인화된 지원을 기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리는 2027년 무렵에는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과 업무 흐름을 관리하는 도구를 둘러싼 "하네스 전쟁(harness wars)" 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여기서 하네스란 모델 자체보다, 모델을 기억·도구·컴퓨터 조작·사용자 정보와 연결해 실제 일을 하게 만드는 운영 환경에 가깝다.
다만 지금은 고성능 모델을 소비자 제품에 대규모로 제공하기에는 비용이 높다. 하지만 현재의 최첨단 모델 성능을 수년 뒤 월 수십~백 달러 수준으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수억~10억 명의 소비자를 두고 거대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진행자는 이 현상을 "최신 모델의 토큰은 매우 비싸지만, 일주일 전 최첨단이었던 모델의 가격은 곧 0에 가까워진다"고 요약한다. 이 비용 하락은 소비자 AI에 특히 중요하다. 소비자 제품은 대개 무료 체험과 낮은 추가 배포 비용이 핵심인데, 추론 비용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 모델이 깨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컴퓨터가 처음으로 감정적 질감과 대화 능력을 갖게 된 지금, 더 야심 찬 소비자 제품이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동시에 개리는 자신도 에이전트 기술에 매료돼 변화가 즉시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예상이 너무 빨랐다고 수정한다.
10. 지역 정치와 시민의 역할: 가까운 곳부터 고치기
마지막으로 대화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정치로 옮겨간다. 개리는 AI와 기술의 문제 중 일부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협력과 정치적 조정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는 이유는 미국에 여전히 법치와 투표, 그리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필은 미국에 여전히 법치가 있고, 정부 안의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진지하게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심원 의무를 수행하면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질서 있게 제도에 참여하는 모습을 봤고, 정부가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망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감각을 얻었다고 말한다.
개리가 지역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시기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와 교육 문제였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유권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시아계 노인을 상대로 한 심각한 범죄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고, 공립 중학교에서 대수를 배우고자 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적대적인 교육 정책이 있었다고 비판한다.
그에게 중학교 대수 교육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 역시 이스트베이 프리몬트의 공립학교 학생이었고, 중학교에서 대수를 배우지 못했다면 고등학교 때 미적분을 듣기 어려웠을 것이며, 스탠퍼드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현재의 삶을 살 기회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저는 '이제 개인적인 일이 됐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데이터와 주택 공급을 무시하고, 건설을 막으며, 현실의 인센티브와 수요·공급을 부정하는 정치적 태도가 샌프란시스코의 문제를 키웠다고 본다. 또한 지역 언론이 반중국계·반아시아계 범죄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강하게 비판한다.
"제도들이 우리를 실패시켰어요."
하지만 그는 제도가 망가졌다고 느낄수록 시민이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신념을 위해 평판의 손해나 개인적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필요하며, 그것이 동료 시민과 맺는 책임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막을 겁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 도시에서 배운 교훈을 로스앤젤레스, 뉴욕, 미니애폴리스, 시애틀 같은 다른 도시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만든 프로젝트가 GarrysList.org다.
마지막으로 개리는 전국 정치에만 몰입하기보다, 각자가 가까운 지역에서 주택·범죄·치료·회복 같은 구체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에서 행동하세요. 바로 옆의 사람들을 돌보세요."
"지역을 고치면, 주와 나라 역시 결국 좋아질 겁니다."
마무리
개리 탄의 메시지는 일관된다. 유행과 평판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진실을 믿고, 이상해 보이더라도 진지하게 몰입할 문제와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작은 팀을 엄청나게 강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힘을 제대로 쓰려면 기술을 직접 사용하며 취향·실행력·운영 방식을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기업 내부의 관료주의를 줄이는 일부터 지역 사회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일까지, 창업가와 시민이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행동할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대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