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ry Tan은 스피노자의 삶을 출발점으로 삼아, AGI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신적 존재가 아니라 개인의 맥락·기억·업무 절차 속에 스며드는 형태로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강력한 AI 모델을 잠시 구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의 지식과 판단을 축적하는 개인 AGI(Personal AGI) 를 직접 구축해 지능을 '빌리는' 대신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크다운 파일, 개인 지식 라이브러리, 반복 업무를 실행하는 스킬 파일, 그리고 자신이 통제하는 인프라를 갖추라고 권한다.
1. 스피노자에게서 배우는 창업가의 태도
Garry Tan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가장 AI에 미친 사람 중 하나"라고 부른다는 농담으로 말을 시작한 뒤, 역사상 가장 심하게 '취소당한' 인물 중 한 명인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스피노자가 단순한 철학자가 아니라, 압력과 고립 속에서도 자신의 사고와 도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창업가적 인물이라고 본다.
1929년 한 뉴욕 랍비가 아인슈타인에게 "신을 믿는가? 50단어 이내로 답하라"고 전보를 보냈을 때, 아인슈타인은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고 답했다. 그가 말한 신은 인간의 운명과 행동을 일일이 관여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관통하는 질서와 조화 속에 드러나는 존재였다.
"나는 세계의 합법적인 조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습니다. 인간의 운명과 행위에 관심을 두는 신이 아닙니다."
하지만 스피노자 자신의 공동체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656년, 23세의 스피노자는 암스테르담의 세파르디 유대인 공동체에서 파문당했다. 공동체는 그에게 낮에도 밤에도 저주가 내리기를 바라며, 누구도 그와 말하거나 거래하거나 그의 글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매우 강력한 금령을 선포했다. 당시 비슷한 파문 약 40건 가운데서도 그의 파문은 회개하면 돌아올 수 있다는 조항조차 없었고, 형식적으로는 지금까지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낮에도 저주받고 밤에도 저주받으리라. 누울 때도 저주받고 일어날 때도 저주받으리라."
스피노자가 저지른 일은 폭력이나 범죄가 아니라, 공동체가 금지한 생각을 말한 일이었다. 그는 '사악한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회적 세계에서 사실상 완전히 삭제됐다.
더 인상적인 것은 공동체가 먼저 그를 회유했다는 점이다. 스피노자가 가끔 회당에 나가고 입을 다물기만 하면 매년 1,000길더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Tan은 이를 창업가의 언어로 번역한다. 이는 곧 "만들던 것을 그만두면 월급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스피노자는 이를 거절했고, 안락함보다 진실을 원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에게 '만드는 일을 멈추면 급여를 주겠다'고 제안한 셈입니다. 그는 거절했습니다."
그 무렵 한 광신도가 칼로 그를 공격했고, 칼날은 망토를 찢었지만 스피노자는 살아남았다. 그는 그 찢어진 망토를 평생 꿰매지 않고 간직했다. 생각을 밀고 나가는 일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후 스피노자는 낮에는 렌즈를 갈아 정밀 광학기기를 만들었다. 그의 렌즈는 유럽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찾을 만큼 좋았고, 인간의 눈이 닿지 못하는 곳을 보게 해주는 도구였다. 밤에는 생전에 출간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책을 썼다. 그는 44세에 렌즈 제작 중 들이마신 유리 가루로 폐가 망가진 채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의 원고가 든 책상을 출판사로 보내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후 출간된 저작들은 유럽 전역의 관심을 받으며 계몽주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Tan은 이 일화의 요점을 명확히 짚는다. 모두에게 배척당하고, 침묵의 대가로 돈을 제안받고, 자신의 작업 때문에 거의 죽을 뻔한 사람도 낮에는 정밀 도구를 만들고 밤에는 위험한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의 허락도 없이, 혼자서 낮에는 정밀 도구를 만들고 밤에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책을 썼습니다."
스피노자가 이런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을 그는 코나투스(conatus) 라고 불렀다. 이는 단순히 이력서, 직함, 직업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살아남고, 행동할 힘을 키우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기 보존과 확장의 충동이다. Tan은 자신의 강연 전체가 바로 이 코나투스를 증폭시키는 도구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2. AGI는 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인프라로 온다
스피노자는 신을 왕좌 위의 인격신이 아니라 자연 전체에 퍼져 있는 존재로 보았다. Tan은 사람들이 오늘날 지능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AGI가 어느 날 갑자기 발표될 거대한 사건, 즉 "데이터센터에 있는 신"처럼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이미 이 방 안에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AGI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단일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터미널 창, 마크다운 폴더, 자가 실행되는 업무, 자신의 맥락을 읽으며 일하는 에이전트의 모습으로 퍼지고 있다. 즉 AGI는 어떤 하나의 임계점을 통과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과 업무 속에 분산된 인프라로 도착하고 있다.
Tan은 이것을 개인 AGI(Personal AGI) 라고 부른다. 모두에게 동시에 제공되는 일반지능이 아니라, 특정 한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일반지능이다.
"개인 AGI란 모든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한 사람, 바로 당신을 위한 일반지능입니다."
그는 이를 Vannevar Bush가 말했던 Memex의 꿈과 연결한다. Memex는 인간의 뇌와 자신을 확장하는 기계라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Tan이 말하는 개인 AI는 단지 월 20달러짜리 챗봇이나, 약간 더 나은 자동완성, 일정만 알고 있는 비서가 아니다. 그런 제품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사용자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하고 임대하는 것에 가깝다.
그는 기업형 AI의 한계를 다음처럼 표현한다.
"그것은 탭을 닫으면 초기화됩니다. 모두가 아는 것만 알고, 그 회사가 방향을 바꾸면 당신의 비서는 다른 사람의 일정에 맞춰 로보토미를 당합니다."
반면 개인 AGI는 다음 요소를 갖춘 존재다.
- 자신의 인프라에서 실행된다.
- 사용자가 소유한 개인 기억과 지식 저장소를 읽는다.
- 사용자가 직접 작성하고 개선한 업무 절차와 스킬을 수행한다.
- 사용할수록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이해가 축적되어 계속 나아진다.
기업형 AI가 좋아지는 시점은 서비스 회사가 새로운 기능을 출시할 때다. 그러나 개인 AGI는 사용자가 매일 자신의 지식, 판단, 업무 경험을 더해줄수록 매일 좋아진다. 하나는 소비하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자산이다.
"하나는 당신이 소비하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 구축하는 자산입니다."
Tan은 지능은 임대가 아니라 소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자신의 지능을 통제하는 구조를 갖춘다면, AI 시대가 감시와 통제의 디스토피아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덧붙인다.
"이런 종류의 지능은 빌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소유해야 합니다."
3. AI 에이전트가 한 사람의 생산성을 바꾸는 방식
Tan은 개인 AGI가 지금 가능한 이유를 에이전트의 실행 능력에서 찾는다. 특히 코딩 에이전트는 인간의 생산성 한계를 눈에 띄게 바꾸고 있다.
그는 2013년 YC 파트너로 일하면서 밤에 Bookface라는 내부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던 시절을 회상한다. 당시 그는 하루에 유용한 코드 약 14줄을 배포했는데, 이는 프로그래머 생산성 연구에서 말하는 중앙값 수준이었다. 반면 지금은 YC를 전일제로 운영하고, 아이를 오후 5시에 데리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당시보다 약 400배 많은 결과물을 내고 있다고 계산한다.
물론 그는 코드 줄 수만으로 생산성을 재는 일의 문제도 인정한다. 에이전트가 장황하고 불필요한 코드를 만들 수 있으며, 자신의 평가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스스로 깎아내린다. 그럼에도 가장 엄격하게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최소 8배, 보통 범위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생산성 향상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 숫자를 아무리 고문해도, 결과는 여전히 큽니다."
이 변화는 코딩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디자인, 제품 관리, 성장, 리서치 등 거의 모든 지식 노동에 적용된다. YC 내부에서 관찰한 사례로, 2025년 겨울 배치 당시 회사들의 약 4분의 1은 코드베이스의 95%가 AI로 생성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회사들은 코드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에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높은 수익성을 내는 배치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Tan은 AI가 성장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한다. 다만 빠르게 성장하는 창업가들은 AI를 자동완성 도구로 보지 않고, 노동력 또는 조직 전체처럼 다룬다는 관찰을 제시한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창업가들은 AI를 자동완성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노동력으로 대합니다."
같은 Claude 모델, 같은 가중치, 같은 API, 같은 컨텍스트 윈도우를 사용해도 어떤 사람은 2배의 레버리지만 얻고, 어떤 사람은 100배의 레버리지를 얻는다. 차이는 모델 자체가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제공하는 맥락의 질, 그 맥락의 관련성, 그리고 맥락이 적절한 단계에서 투입되는 방식에 있다.
스피노자의 정의를 빌리면, 기쁨은 행동할 힘이 커지는 감정이다. 에이전트가 일주일 걸릴 일을 반나절 만에 해냈을 때 사람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기쁨이다. 실제로 자신의 행동 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에이전트가 당신의 일주일치 일을 오후 한나절에 해내는 순간, 그것은 편리함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쁨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슬픔은 행동할 힘이 줄어드는 감정이다. 일요일 밤마다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는 듯한 무력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자신의 코나투스가 약해졌다고 느끼는 상태일 수 있다. Tan은 AI가 개인을 더 무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반대로 행동 능력을 크게 확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가 제시하는 앞으로 10년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임대 가능한 최첨단 모델 + 나만이 가진 고유한 맥락 + 둘을 연결하는 하네스(harness) = 빠르게 행동하는 나의 확장판
여기서 모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싸질 상품이 된다. 하지만 사용자의 경험, 관계, 판단, 과거 업무 기록은 고유한 자산이다. 이를 OpenClaw, Hermes Agent, Claude Code, Codex 같은 하네스와 연결하면, 그 결과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매우 빠르게 일하는 '또 하나의 나'가 될 수 있다.
"모델의 품질은 빌리는 것이지만, 당신의 뇌는 소유하는 것입니다."
Paul Graham의 유명한 창업 조언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 "확장되지 않는 일을 하라"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제는 에이전트 덕분에 창업가 한 명이 확장되지 않는 일을 대규모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달라졌다.
4. 삶이라는 도서관과 개인 지식 시스템
Tan은 스피노자가 인간의 시야를 확장하는 렌즈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정신을 위한 렌즈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실제 개인 AI 시스템을 설명하며, 핵심 문제는 인간의 작업 기억 한계라고 짚는다.
인간은 동시에 대략 일곱 개 정도의 항목만 머릿속에 유지할 수 있다. 흔히 "7±2"라고 알려진 작업 기억의 한계다. 전화번호가 7자리였던 이유나, 장보기 목록의 여덟 번째 항목을 잊기 쉬운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인간이 만든 체크리스트, 조직도, 파일 캐비닛, 스탠드업 회의 같은 제도는 결국 이 인지적 제한을 보완하기 위한 도구였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약 백만 토큰, 즉 대략 천 페이지 정도를 한 번에 다룰 수 있다. Tan은 이를 해리 포터 책 세 권을 동시에 펼쳐놓고, 그 안에서 바늘 같은 정보를 즉시 찾고 종합하는 능력에 비유한다.
"해리 포터 세 권 대 인간의 일곱 자리 숫자입니다."
물론 천 페이지가 많아 보여도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비하면 적다. 한 사람의 삶은 책 세 권이 아니라 도서관에 가깝다. 모든 이메일, 회의, 결정과 그 이유, 인간관계, 과거 대화, 실패와 교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어떤 세 권의 책을 지금 책상 위에 펼칠 것인가?"다. Tan은 바로 이 선택 기능이 뇌의 중요한 역할이며, 자신이 만드는 GBrain은 "도서관 + 사서"라고 정의한다.
"에이전트가 천재가 될지 금붕어가 될지를 가르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누가, 혹은 무엇이 지금 펼쳐둘 세 권의 책을 결정하는가?"
그의 GBrain은 개인용 OpenClaw 위에서 작동하며, 약 22만 개의 마크다운 페이지로 구성된 지식 위키다. 25년 동안의 삶을 일기처럼 기록한 것이며, 이메일, 회의, 메모, 사진, 초안, 틀렸던 판단까지 포함한다. 상당 부분은 에이전트가 정리하고, 큐레이션하고, 검색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데이터 양이 아니라, 이전에 답했던 질문을 다시 처음부터 묻지 않아도 되는 누적된 경험이다.
창업가가 위기 상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면, Tan이 이메일을 다 읽기 전에도 그의 에이전트는 해당 창업가와의 과거 대화,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포트폴리오 회사들, 당시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대응을 가져온다. 즉 에이전트는 '일반적인 정보'가 아니라, Tan이 가진 실제 경험 전체를 배경으로 행동한다.
"에이전트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알고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비서와 동료의 차이입니다."
그의 시스템은 잠자는 동안 이메일을 단순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리한다. 창업가의 긴급 메일, 영업성 메일, 해지하지 못한 메일링 리스트를 구분하고, 중요한 메일에는 상대방과의 관계 및 대화 이력, 표면적 문장 뒤의 실제 요구, 그 일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까지 덧붙인다. 그는 아침에 이메일 더미가 아니라 브리핑을 받는다.
회의 전에는 만날 사람, 이전 대화 내용, 이후 바뀐 점, 물어봐야 할 질문을 담은 준비 문서를 받는다. 밤중에 궁금했던 연구 주제는 아침이면 정리돼 있고, 세상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기 전 이미 읽고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해 기록해두는 식이다. ☕️
5. 마크다운 스킬과 코드의 역할
Tan이 만든 시스템의 핵심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GStack이라는 그의 에이전트 코딩 프레임워크는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구조는 대체로 스킬 파일(skill file) 과 에이전트가 조작할 수 있는 브라우저로 이뤄져 있다. 그는 이를 "두꺼운 스킬, 얇은 하네스"라고 표현한다.
"마크다운이지, 마법이 아닙니다."
스킬 파일은 특정 업무를 에이전트가 수행하도록 설명한 마크다운 문서다. 예를 들어 회의 녹화 파일이 들어왔을 때 화자별로 전사하고, 누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와 마감일을 추출하고, 등장한 인물을 개인 라이브러리와 연결하고, 기존 믿음과 충돌하는 내용은 덮어쓰지 말고 표시하라는 지시를 적을 수 있다.
"회의 녹화가 들어오면 화자 라벨을 붙여 전사하라. 약속, 약속한 사람, 마감일을 추출하라. 언급된 모든 사람을 라이브러리와 연결하라. 기존 정보와 모순되면 덮어쓰지 말고 표시하라."
이 정도가 하나의 스킬이다. 똑똑한 인턴이라면 읽고 따를 수 있는 절차이고, Tan은 바로 그것이 기준이라고 말한다. 똑똑한 인턴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면, 에이전트도 실행할 수 있다.
그는 다소 도발적으로 다음 주장을 반복한다.
"마크다운은 사실상 코드입니다. 영어로 명확한 지시를 쓸 수 있다면, 당신은 프로그래머입니다. 컴파일러는 언어 모델입니다."
이 말은 프로그래밍이 더 이상 엔지니어만의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YC에서는 미디어팀, 이벤트팀, 재무팀처럼 터미널을 거의 열지 않았던 사람들도 스킬 파일과 예약 작업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재무 담당자 한 명은 약 100개의 엑셀 워크북을 내부 에이전트로 하나의 앱으로 통합했다. 그는 그 사람을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에이전트 관리자라고 부른다.
다만 모든 계산을 언어 모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Tan은 에이전트 시스템이 실패하는 이유 중 상당수가 계산이 일어나야 할 장소를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잠재 공간(latent space) 은 애매한 요청의 의도를 해석하거나, 취향과 판단이 필요한 일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모호한 요구를 읽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 결정론적 공간(deterministic space) 은 산술, SQL 쿼리, 대규모 좌석 배정, 데이터 처리처럼 정확성과 재현성이 필요한 일에 적합하다.
다섯 명을 테이블에 앉히는 정도라면 에이전트가 판단으로 처리해도 된다. 하지만 6,000명의 참가자에게 맞춤형 행사 일정을 배정해야 한다면, 에이전트는 코드와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이 행사 참가자들의 경험 자체가 마크다운 파일이 코드와 데이터베이스를 호출하는 구조 위에서 구성됐다고 한다.
"모델은 인간이 실패하는 곳에서 실패합니다. 해결책은 모델이 인간처럼 계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잠재적 판단과 결정론적 계산을 함께 쓰는 것이죠."
Tan은 자신의 스피노자 강연 준비도 이 시스템의 사례로 든다. 강연 5일 전 그는 에이전트에게 스피노자 전기 세 권, 약 1,500페이지를 확보하고 읽게 했다. 에이전트는 이를 바탕으로 연대기, 전기 작가들 간의 이견, 장별 인용문, 그리고 무대에서 들려주기 좋은 장면 10개와 전달 메모까지 만들었다.
"1,500페이지가 내가 편집할 수 있는 무대용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이를 컴펜디엄 스킬(compendium skill) 이라고 부르며 매일 사용한다. 기업형 AI 제품이 제공하는 딥 리서치보다 더 깊은 개인 맞춤형 조사 방식이라고 본다.
하지만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Tan의 시스템도 처음부터 22만 페이지가 아니었다. 함께 일하던 회사와 자주 이메일을 주고받던 사람에 관한 몇 개의 마크다운 파일이 전부였다. 도서관은 한 번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이고 에이전트가 정리하면서 커진다.
"아무도 처음부터 창고를 짓지 않습니다. 먼저 선반 하나를 만듭니다."
6. 에이전트 조직과 새로운 창업의 경제학
Tan은 에이전트와 마주 앉는 일을 코딩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마크다운으로 구성된 노동력을 관리하는 일이다. 스킬 파일 하나는 역량 하나와 업무 하나를 맡은 직원 한 명처럼 볼 수 있다. 그리고 들어온 업무를 어느 스킬 파일이 처리할지 결정하는 리졸버(resolver)는 조직도와 같다.
"스킬 파일은 직원입니다. 한 가지 역량과 한 가지 일이, 새로 온 사람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적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인을 설립하기 전, 공동창업자·로고·피치덱을 만들기 전부터도 한 사람은 자기 자신과 에이전트들로 구성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자신은 창업자이자 경영진이며, 그 아래의 인원 수는 자기가 설계하는 만큼 늘어난다.
이런 변화는 기업의 기존 경제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YC의 사례로 Emergent는 공개 출시 후 8개월 만에 연 매출 1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연환산 매출 1,500만 달러를 넘었을 때 인원은 15명이었다고 말한다. Retail도 약 40명 규모로 연환산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Tan은 이런 수준의 직원 1인당 매출은 소프트웨어, 석유, 철도 산업에서도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를 예외적인 기업들의 기적이라기보다, 새 물리 법칙 위에서 처음부터 설계된 회사들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이들 모두 한두 명이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에이전트를 연결해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이 배치에서 요구되는 기준입니다."
AI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자체도 덜 '귀한 물건'이 된다. 혼자 쓰기 위한 도구를 주말 하나에 만들 수 있고, 예전처럼 "내 불편을 해결해보고 시장이 있기를 바라기"보다, 불편을 해결하는 비용이 거의 없으니 일단 해결해보는 편이 낫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그 도구를 빌려달라고 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곧 회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내 불편을 해결하는 비용이 거의 공짜이기 때문에, 그냥 해결하면 됩니다."
다만 개인 지식 시스템에는 중요한 경고가 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뇌는 검색 기능만 훌륭한 쓰레기장이 될 수 있다. 오래된 사실을 에이전트가 매우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가져올 수 있고, 잘못 작성된 스킬 파일은 나쁜 업무 과정을 영구히 자동화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 AGI의 기본 단위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기억 + 위생 관리다. 모든 정보에는 출처를 달고, 새 정보와 옛 정보가 충돌하면 검토하며, 불필요하거나 낡은 기록을 제거하는 '사서' 역할이 있어야 한다.
"뇌를 운영 환경의 인프라처럼 다루면 복리로 성장합니다. 쓰레기통처럼 다루면, 추적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틀린 확신에 찬 에이전트를 얻게 됩니다."
7. 개인 AGI를 만드는 다섯 단계
Tan은 자신의 이야기가 철학과 사례에만 머물지 않도록, 실제로 시작할 수 있는 다섯 단계를 제시한다. 이 과정을 따라 하면 단지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말한다.
1. 자신의 컴퓨터에서 에이전트를 실행한다
첫 단계는 자신에게 맞는 하네스를 고르고, 에이전트를 자신의 환경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Tan은 OpenClaw, Hermes Agent, GBrain을 사용하지만, Codex나 Claude Code 같은 다른 도구도 대부분의 목적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특정 저장소나 제품 하나가 핵심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맥락을 모델과 연결하는 개념이다.
"개념이 핵심이지, 특정 리포지터리나 특정 제품이 핵심은 아닙니다."
2. 거대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작은 라이브러리부터 만든다
주말에 마크다운 파일 폴더 하나를 만든다. 메모를 내보내고, 가능하다면 이메일도 가져온다. 자신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함께 일하는 사람마다 한 페이지씩 작성한다. 그 페이지에는 함께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빚지고 있는지, 마지막 대화에서 무엇을 말했는지를 적는다.
이 정보는 인터넷의 어떤 모델도 본래 가지고 있지 않다. 오직 사용자의 머릿속, 이메일, 메모, 기록에만 존재한다. Tan은 사람들이 이미 5년에서 10년치 자기 역사를 받은편지함 어딘가에 쌓아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해자입니다. 색인도 되지 않은 채 그냥 놓여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인터넷의 일반론이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맥락을 활용해 답하는 첫 순간에 사람들이 체감하는 전환점이 온다고 한다.
3. 가장 싫어하는 반복 업무를 스킬 파일로 만든다
매주 반복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나 고른다. 경비 정산, 회의록 작성, 주간 현황 보고, 경쟁사 조사 등이 될 수 있다. 이 업무를 첫 출근한 똑똑한 친구에게 설명하듯 평범한 영어 또는 자연어로 에이전트에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에이전트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규칙과 예외를 추가하면 된다. "아, 그리고 이것도 해야 해" 같은 세부사항을 계속 파일에 기록한다. 그렇게 완성된 문서는 재사용 가능한 직원 한 명이 된다.
"틀리게 두세요. 틀리면 고치세요. 모든 규칙, 모든 예외, 모든 '아, 이것도'까지 넣으세요."
4. 반복 실행되는 예약 업무로 연결한다
만든 스킬을 매일 오전 7시, 매주 금요일 등 정해진 시간에 실행되도록 연결한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자는 동안 끝난 일을 받아보는 경험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바꾼다.
"처음으로 잠자는 동안 끝난 일을 보며 깨어나는 순간, 머릿속 무언가가 영구적으로 바뀝니다."
그때부터 하루는 더 이상 작업의 단위가 아니다. 자신이 상상하고 세상에 만들고 싶은 것의 크기가 작업의 기준이 된다.
5. 일회성 작업을 끝내지 말고 반드시 스킬화한다
가장 중요한 규율은 한 번 한 일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에이전트에게 한 번 부탁하고, 창을 닫으며, 맥락을 버린다. Tan은 모든 업무가 끝난 뒤 에이전트에게 "방금 한 일을 스킬화하라"고 요청하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skillify는 작업 과정을 재사용 가능한 마크다운 파일로 추출해주는 방식이다. 즉 한 번의 해결 경험을 개인 시스템의 영구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무언가를 두 번 요청해야 한다면, 당신은 실패한 것입니다."
배운 것을 기록하는 사람은 매일 더 똑똑해진다. 반면 매일 아침 어제의 작업을 잊은 채 시작하는 사람은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그는 90일의 변화를 이렇게 예측한다.
- 1주 차에는 장난감처럼 느껴질 수 있다. 라이브러리는 얇고 스킬도 서툴러서, 시간을 절약하기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들 수 있다.
- 4주 차에는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한다. 에이전트가 개인 맥락으로 답하기 시작하고, 아침 자동 작업의 결과도 실제로 읽을 만해지며, 첫 스킬이 효과를 보여 더 많은 스킬을 만들게 된다.
- 12주 차에는 질문을 끝내기 전부터 답을 준비하는 라이브러리, 싫어하던 업무를 처리하는 여러 스킬, 다른 사람이 빌리고 싶어 하는 도구 한두 개가 생길 수 있다. YC의 문맥에서는 이것이 곧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곡선은 모든 복리 성장의 곡선과 같습니다. 평평하고, 평평하고, 평평하다가, 갑자기 아닙니다."
대부분은 둘째 주에 포기할 것이고, 바로 그 때문에 계속한 사람은 12주 차에 치팅을 하는 것 같은 엄청난 차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8. 스킬을 소유하지 않으면 자신의 일이 추출된다
Tan은 여기서 강연의 정치적이고 불편한 부분으로 들어간다. 스피노자가 말한 슬픔, 즉 행동할 힘이 줄어드는 감정은 개인의 업무 판단이 외부에 추출되고 소유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스킬 파일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일을 수행하는 방식과 판단이 머리 밖으로 꺼내져 실행 가능한 형태가 된 것이다. 문제는 같은 파일이라도 누가 통제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미래를 만든다는 점이다.
그는 Maya라는 가상의 지원 엔지니어를 예로 든다. Maya는 2년 동안 40개의 스킬을 가르친다. 새벽 2시에 P0 장애를 분류하는 법, 이탈하려는 고객을 진정시키는 법, 다음 장애를 막는 사후 분석 문서를 쓰는 법 등이 담겨 있다. 이 40개 파일은 Maya가 2년에 걸쳐 쌓은 판단력이다.
첫 번째 경우, 파일이 Maya의 개인 저장소에 있다면 이직할 때 함께 가져갈 수 있다. 새 회사 첫날에도 그는 수년간 축적한 판단력을 사용할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그 자산은 더 커진다. 이를 Tan은 소유권이라고 부른다.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를 만들 수도 있으며, 이제는 마크다운 파일 묶음 자체가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 파일이 회사의 저장소와 IT 정책 아래에 있다면 Maya가 퇴사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회사는 Maya의 판단을 Maya 없이도 계속 실행하고, 기록에는 Maya의 이름조차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녀는 경력을 쌓은 것이 아닙니다. 추출당한 것입니다."
같은 사람, 같은 스킬, 같은 파일이더라도 통제권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 그래서 Tan의 원칙은 단호하다.
"스킬 파일은 당신의 것입니다. 스킬을 소유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당신의 직업이 스킬 파일이 됩니다."
과거 장인들은 자신의 도구를 소유했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공장 체계는 방직기 같은 생산수단을 공장 소유로 만들며 이를 바꿨다. 지식 노동자는 자신의 도구와 지식이 머릿속에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인지 능력도 추출되고, 저장되고, 버전 관리되며, 누군가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은 더 이상 '가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소유하는가다.
Tan은 스피노자에게 제안됐던 1,000길더를 오늘날의 편안한 고용 구조에 비유한다. 자신의 판단과 스킬이 다른 사람의 저장소에서 누적되는 모든 편안한 계약은, 어쩌면 "출근하고 조용히 있으면서 자기 것을 만들지 말라"는 현대판 1,000길더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1673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을 받았다. 급여, 정당성, 교수직, 철학할 자유를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단, 기존 종교를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자유가 허용됐다. 스피노자는 그 자유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며 거절했다.
"철학할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Tan은 이를 서비스 약관을 읽고 인수를 거절한 것에 비유한다. 스피노자가 지키고자 한 것은 '타인의 힘 아래'가 아니라 '자신의 힘 아래'에서 행동하는 것이었다.
"개인 AGI는 에이전트 시대에 당신이 자신의 힘 아래에 머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그는 개인의 뇌와 스킬을 첫날부터 자신이 통제하는 저장소에 보관하라고 권한다. 플랫폼이나 인수자가 그것에 대해 의견을 갖기 전에 말이다. 스피노자의 잠긴 책상 서랍이 그의 저장소였다면, 현대인의 저장소는 자신의 지식과 스킬을 담은 개인 리포지터리가 되어야 한다.
9. 더 좋은 모델일수록 개인 맥락의 가치는 커진다
Tan은 예상되는 세 가지 반론에도 답한다.
첫 번째 반론은 "모델이 너무 빠르게 좋아지고 있으니, 하네스나 개인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곧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그는 오히려 모델이 좋아질수록 차별화는 맥락으로 이동한다고 답한다.
"모두의 엔진이 1,000마력이라면, 경주는 운전자와 지도에서 결정됩니다."
모델의 가중치와 성능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개인 라이브러리는 자신만의 것이다. 더 좋은 모델은 같은 도서관에서 더 많은 의미를 뽑아낼 수 있으므로, 개인 지식 시스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인다. AI 연구소가 새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자신이 소유한 에이전트 노동력은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반론은 "그것은 그냥 RAG가 아닌가?"라는 것이다. Tan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검색 자체가 제품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을 기록할지, 어떻게 풍부하게 연결할지, 어떤 정보를 즉시 꺼내 쓸 '뜨거운 기억'으로 둘지, 무엇을 참고용 '차가운 기억'으로 둘지, 서로 충돌하는 사실을 누가 조정할지가 핵심이다.
"검색은 쉽습니다. 검색할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제품입니다."
세 번째 반론은 가장 중요하다. 이메일, 회의 기록, 아이 일정까지 인생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에 넣었을 때 유출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보안 문제다. Tan의 답은 역설적이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 시스템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시스템이 개인 인프라, 개인 저장소, 개인 키 위에서 돌아간다고 말한다. 기본 상태는 결코 프라이버시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이미 사람들의 삶은 각기 다른 기업이 소유한 수많은 클라우드에 흩어져 있고, 그 기업들의 이해관계는 사용자와 다를 수 있다. Tan에게 맥락을 한데 모으는 일은 위험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흩어진 데이터를 스스로 보관·통제(custody) 하는 일이다.
"나는 맥락을 통합해서 위험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보관할 책임을 가져온 것입니다. 보관 책임이 보안 모델입니다."
10. 오픈소스와 모두를 위한 레버리지
Tan은 왜 자신의 하네스, 뇌 구조, 스킬, 개인 운영체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는지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YC에 있기 때문에 자기 인프라를 반드시 수익화할 필요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강력한 사람들의 도구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역사마다 소수만 갖고 다수는 갖지 못했던 레버리지 기술이 있었다. 오랫동안 그것은 문해력이었고, 이후에는 자본이었다. 지금은 개인 라이브러리, 에이전트 하네스, 마크다운으로 구성된 노동력 같은 시스템이 그러한 기술이라고 본다. 이것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다른 규모로 조용히 일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매달 커지고 있다.
"강력한 것이 비공개로 남으면 사제 계급이 생깁니다. 그것이 나눠지면 르네상스가 생깁니다."
그는 자신이 어느 세계에서 살고 싶은지 알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신념을 일종의 신조처럼 제시한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말을 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지 않는 사람에게 투자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짓지 않는 것을 지으세요.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고 공개하지 않는 코드를 쓰고 나누세요.
다른 사람들이 남기지 않는 제도를 남기세요."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조롱과 공격도 따라온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는 에이전트가 자신의 코드 대부분을 쓴다고 말하면 점심시간 전까지 조롱이 쏟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의 실제 결과물을 보면, 결국 그들도 에이전트를 깊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사람들은 당신을 인용 트윗하며 조롱합니다. 그다음에는 당신을 복제합니다."
Tan은 조롱이 오히려 채택 곡선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스피노자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면서도 사적으로 그의 사상에 집착했던 라이프니츠의 사례처럼, 강한 생각과 도구는 처음엔 저항을 불러도 결국 사람들에게 흡수될 수 있다.
11. 한 아이를 위한 개인 AGI와 미래의 창업가들
강연의 가장 감정적인 사례는 희귀 간질을 앓는 아들을 둔 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 사람은 연구실도, 지원금도, 허가도 없이 직접 움직였다. 그는 아들의 상태에 관한 8만 개의 마크다운 파일을 담은 저장소를 만들었다.
그 안에는 전문의 방문 기록, 논문, 발작 기록, 약물 상호작용 등 아들의 특정 질환과 관련된 정보가 색인화되고 연결돼 있다. 새로운 의사가 어떤 치료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 아버지는 그 방식이 이미 시도됐는지,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를 몇 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한 명의 아버지, 한 대의 노트북, 하나의 도서관. 그것이 개인 AGI입니다."
Tan에게 개인 AGI는 벤치마크 점수나 멋진 데모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하나의 문제에 대해,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자료를 펼쳐주도록 구성한 라이브러리와 사서의 시스템이다.
"아무도 그를 위해 그것을 만들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당신을 위해 당신의 것을 만들러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좋은 소식입니다."
그는 과거에 팀, 자금, 허가, 학력, 경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이유는 결국 한 사람이 머릿속에 일곱 개 정도만 유지할 수 있고 하루 16시간밖에 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제 그 제약이 기계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 당신은 날 수 있습니다. 비유적으로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말입니다."
누군가를 고용하고 싶었지만 채용할 수 없었던 문제, 너무 커서 읽을 수 없던 기록, 너무 복잡해서 정리하기 어려운 데이터, "그건 너무 방대하니 하지 말라"고 들었던 일들이 이제는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문제가 됐다.
"이제 우리는 바다를 끓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Tan은 자신이 삶의 문장처럼 여기는 말을 남긴다.
"모든 것은 지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어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제도는 과거의 누군가가 만든 것이며, 스피노자에게 저주를 선포한 기관조차 지금의 청중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전 세대의 창업가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의 신자를 먼저 모아야 했지만, 이제 개인은 노트북과 이미 축적해둔 몇 년치 자기 역사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Tan은 행사에 모인 약 7,000명을 각각 하나의 코나투스, 하나의 분투와 추진력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분투는 자금, 인력, 허가, 타인의 믿음을 기다리다 세상에 닿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개인 AGI는 그 분투가 중개자 없이 직접 일하도록 만드는 기술이 될 수 있다.
"한 사람, 중개자 없음, 허가 없음."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다음 아홉 단어로 마무리했다.
"모든 탁월한 것은, 어려운 만큼이나 드물다."
Tan은 AI 에이전트와 개인 AGI가 그중 어려움의 상당 부분을 무너뜨렸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을 만들 만큼 드문 사람이 될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지능과 판단을 누구의 힘 아래에 둘 것인지다.
마무리
이 강연은 단순히 AI 도구를 더 많이 쓰라는 조언이 아니다. 자신의 기억, 관계, 판단, 업무 방식이 담긴 개인 지식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스스로 통제하라는 선언에 가깝다.
개인 AGI의 핵심은 가장 강한 모델을 고르는 데 있지 않다. 매일의 경험을 기록하고, 반복 업무를 스킬로 남기며, 그 축적된 지능을 자신의 저장소와 자신의 규칙 아래에서 복리로 성장시키는 것에 있다.
